“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 낳을 수 있다” 우려

미세탄소분말 형태의 카본블랙 원료(사진=위키백과)

‘카본블랙’ 화장품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카본블랙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2군 발암물질로 분류되면서 1971년 이후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돼 왔다.

우리나라도 2008년 이전까지는 카본블랙을 배합금지 성분으로 지정, 화장품에서의 사용을 금지했으나,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아래 일부 규제를 완화했으며 현재는 카본블랙에 대한 사용규제가 사실상 무력화 된 상태다.

카본블랙에 대한 형식적 규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식약처의 화장품 관련 규정에 따르면 카본블랙을 화장품에 배합하려면 원료의 불순문 함유량을 측정해야 한다.

현행 화장품 배합기준에 따르면, 카본블랙 탄소분말(원료)의 불순물 허용 함유량은 벤조피렌과 디벤드 안트라센이 각각 5ppb, 총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가 0.5ppm으로 극히 낮은 수치다.

이 같은 식약처의 조치는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카본블랙의 특성상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해당 기준이 색소화장품을 제조하는 업체가 지키기 힘들 정도로 극히 낮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카본블랙의 불순물을 측정하는 시험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과 한국고분자연구소 등에서는 화장품에 배합되는 카본블랙 원료에 들어가는 불순물 함량을 측정할만한 고밀도 측정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다.

이와 관련 시험기관 연구원 관계자는 “시험법에서 기준화하고 있는 미세탄소분말 카본블랙 원료의 불순물 함유량이 워낙 극소량이기 때문에 이를 측정할 만한 시험기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법에 따라 화장품에 배합되는 카본블랙 불순물 함유량을 테스트를 진행하려면, 화장품에 들어가는 카본블랙 원료가 아닌 타이어를 태울 때 나오는 미세탄소분말 형태의 카본블랙 원료로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색조화장품 제조업체들이 카본블랙을 식약처의 기준치에 합당할 만큼 관리할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들은 식약처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완성된 기존 화장품에서 희석된 배합기준을 시험분석 기관에 의뢰하는 등의 편법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를 까만 색으로 만드는 카본블랙은 눈매를 짙게 해주는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등 색소 화장품 배합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법이 난무하는 것은 타이어를 까만 색으로 만드는 미세탄소분말 형태 카본블랙 원료의 불순물 함유량이 극히 낮다는 기준 제시가 큰 이유”라면서 “이는 미세탄소분말 형태의 카본블랙이 화장품에 들어가는 색소로 배합되는 원료를 사용될 시에는 불순물이 전혀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 마디로 쓰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덧붙였다.

또 관계자는 “화장품업계에서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라면서 “여성들의 짙은 눈매를 연출하는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에 들어가는 원료가 타이어를 태울 때 발생하는 미세 탄소분말 ‘카본블랙’”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장품 연구원들은 “카본블랙이 배합된 화장품은 지우지 않고 자거나, 자주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안구 건조 및 안구염증 등, 심각하게는 시력감퇴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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