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정명령 3년…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BAT코리아·PMK 제품도 ‘made in korea’
공정위·도로공사 “개입할 수 있는 부분 아니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관공서 매점의 담배 매대. KT&G 담배만 진열해 판매 중이다. 사진=제갈민 기자

KT&G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 독점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은 지 3년이 지났다. 당시 KT&G는 과징금을 납부하고 문제가 된 이면계약 내용을 수정하는 등 공정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시정조치 했다고 밝혔으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아직까지 외국 브랜드 담배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KT&G가 흡연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는 239개소 중 외국 브랜드 담배를 취급하는 곳은 영종도휴게소와 이인휴게소, 탄천휴게소 등 세 곳에 불과하다. 세 곳은 민자 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이며 공정위의 시정명령 전부터 외국브랜드 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지난해 BAT코리아 제품은 납품이 끊겼다.

이에 대해 외국 담배브랜드 업체 고위급 간부 A씨는 “KT&G는 덩치 크고 돈 많고 빽 있는 큰형님에 비유할 수 있다”며 “그만큼 건드리기가 힘든 존재”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사는 5년마다 입찰을 통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휴게소 운영권을 따고 매년 평가를 받는 구조라 도로공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공정위 제재 조치가 3년이 지났음에도 현장에서 바뀌지 않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압력이 있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외국 담배브랜드 업체 관계자 B씨는 “폐쇄형 유통채널은 오래전부터 KT&G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2016년에 군부대에 외국브랜드 담배가 1~2종류 들어가게 됐다”며 “단 1~2종류만으로도 이미 군부대 내 담배 판매율은 KT&G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KT&G 제품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담배를 찾는 흡연자들이 많은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시장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1년 국정감사 때 송광호 의원은 “도로공사는 공공기관인 만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외국 담배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주문을 했다. 이에 장석효 전 도로공사 사장은 “휴게소에서 외국산 담배 판매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PMK(한국필립모리스)사의 팔리아멘트 하이브리드5 제품. 측면에 ‘made in korea’라고 쓰여 있다. 사진=제갈민 기자

BAT코리아·PMK 제품도 ‘made in korea’

흡연자들이 모두 아는 담배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버지니아, 던힐, 럭키스트라이크 등이 외국 담배브랜드의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외국 담배브랜드임에도 담뱃갑 측면에는 ‘made in korea’라고 써져있다. 외국 담배브랜드이나 국내에서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다.

BAT코리아(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와 PMK(한국필립모리스)는 각각 경남 사천시와 양산시에 2002년 담배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담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생산 담배에 외국 브랜드를 달아 판매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BAT코리아와 PMK 담배는 수출을 할 정도로 높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외국 담배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KT&G만 국산이 아니다, 우리 제품도 국산이다”며 “국산 제품이 자국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실태에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공정위·도로공사 “개입할 수 있는 부분 아니야”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2015년 당시 KT&G와 한국도로공사간의 이면계약과 관련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KT&G에 25억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고 KT&G는 시정명령을 이행했다”며 “아직까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KT&G 제품의 담배만 취급하는 것에 대해 불법행위나 불공정행위가 적발되지 않는 한 공정위에서 조치를 취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위탁 관리업체를 5년간 평가를 해서 재계약 여부를 정하고는 있지만 담배 제품 취급 관련해서는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며 “판매하는 담배와 관련해서는 휴게소 관리 업체와 KT&G 측의 1대 1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아는 것 또한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KT&G 관계자는 “2015년 당시 공정위에서 시정하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이행을 했으며, 현재 영업사원들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직접 방문해 정당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며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업체 측에서 그동안 KT&G와 이어 온 거래관계를 고려하고 관리 부분에 대해 만족해서 타 브랜드 제품을 입점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못 팔게 하는 일은 없으며 현재 이면계약이라든지 불공정거래 행위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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