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세미나 14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사진=김민희 기자

심재철 국회의원이 주최한 북미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에 관한 세미나가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기조강연자로 나서 북한의 비핵화체제와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해 강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완벽한 비핵화는 김정은 체제가 사라질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한체제의 방식은 미국과 한국에 적대적이었다. 북한 노동당은 북한주민들에게 핵과 미사일의 정당성을 부여해왔다. 그러나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인식을 재정립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세습과 공산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며 “북한은 수령의 절대권력에 기초해 개인을 신적 존재로 만들었다. 결국 유물론에 기초한 사회 정치구조가 아니라 인간을 신격화한 관념론적 구조로 국가를 통치해온 것이다”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앞으로 이 구조와 핵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살펴봐야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추진되는 북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에 대해서도 태 전 공사는 낭만적인 낙관론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는 “현재 북한에서 핵은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이자 확고한 담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 폐기는 체재붕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핵 구조를 재정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태 전 공사는 “약 30년간 북한군은 현대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말로 설명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 재래식 무기는 유지조차 불가능한 상태며 국가는 충분한 전력을 제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재래식 무력은 약화될 것이고, 결국 북한에서 핵은 체제유지를 위한 마지막 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미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세미나. 사진=김민희 기자

또한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장마당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와 한류문화가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당은 이미 자본주의화 됐다. 장사꾼들은 단체복을 입고 조직화됐으며 물건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자릿세를 낸다. 이제 북한에서는 한국 콘텐츠를 접하기 쉬워졌고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태 전 공사는 “북한 공무원 월급으로는 쌀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에 생긴 커피숍이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냐”며 “한국 콘텐츠를 접하고 그 문화에 따라 의식이 변화해 대학생들이 커피숍에 몰린 것”이라며 한류에 의한 북한의 변화를 설명했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관한 질문에 태 전 공사는 “개성식 단절모델로 나아갈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고, 한국과 제한된 접촉과 교류를 진행할 것이다. 개성시는 정치조직들의 기능 회복과 질서와 치안이 잘 유지된 지역으로, 북한은 이미 개성을 통해 ‘개성식 단절모델’의 가능성을 봤다” 며 “아마 개성식 단절모델을 내륙으로 확대 하고 선관광·후경제특구의 방식으로 개혁개방이 이루어질 것이고, 한국기업들의 정서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사상해방 가능성에 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북한에서의 사상해방은 곧 북한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상해방을 전제로 하는 베트남·중국식 개방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태 전 공사는 “한국은 북한에 철도, 도로 공사비용과 이에 따른 북한 군대 이전 비용까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모든 군사시설은 휴전선과 동해·서해안 지구에 배치돼 있다. 또한 북한의 철도는 이동수단이 아닌, 구불구불한 형태이며 속도도 시속 20~30km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한반도를 잇는 철도를 직선으로 건설하게 되면 북한의 상당한 군사시설을 통과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북한군은 주둔지를 이전해야 한다. 태 전 공사는 남북철도연결과 북한의 개발을 계기로 진행되는 북한군의 주둔지 이전 비용 일체를 한국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남북관계의 전망에 관해 ‘진실에 기초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실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용소와 고모부 숙청 문제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을 악마라고 평했는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가 78%까지 올라갔다”며 “김 위원장을 천사와 악마라는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핵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통로를 열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북한체재는 영원할 수 없고,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붕괴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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