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피눈물 나게 한 ‘양아치 회장님’

해외 도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잡히지 않는다는 ‘깡’이 있어야 하고 그 ‘깡’을 보좌할 ‘현금’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중국 밀항도 배에 몰래 숨어들기 위해 ‘돈 다발’을 넘겨줘야 한다. 1000만원에서 1500만원선이란다. 재벌 총수들은 어떨까? 해외 도피를 위해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이 들고 튄 돈은 임직원 499명의 임금을 포함해 무려 700억원이다.

‘상떼빌’ 성원건설의 몰락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은 1977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설립된 태우종합개발㈜로 출발했다. 설립 1년 뒤 사명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

1979년 주택건설사업 면허를 얻고, 1981년에 환경오염 방지 시설업 및 철강재 설치 공사업, 포장공사업을 추가했으며, 1987년 군납업 등록을 했다. 1990년 주택건설지정업자로 지정되고 해외건설업 면허를 얻으면서 전북 전주로 본사를 옮긴 성원건설은 1991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1996년 한국품질인증센터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 인증과 영국 로이드 ISO 9001 인증을 획득하고, 시설물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업, 임대주택 건설 및 임대업, 종합감리업, 종합건설기술용역업,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및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성원건설은 국내에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도입된 1990년 대 말 상떼빌이라는 자체 아파트 사업을 중심으로 국가 산업 발전의 동맥인 군장산업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지하철 6호선을 비롯해 전수화산체육관 제2경기장, 전주권 광역 쓰레기 매립공사 등 정부 발주의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외환위기 당시 어음 418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에 이르렀지만 수천억원의 부채탕감 등 화의 절차를 거쳐 2003년 회생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TK-1공구) 공사의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는 두바이 지사를 설치하고 2007년에는 바레인 지사를 설치했으며, 2008년 토양정화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아부다비 지사를 설치했다.

하지만 2008년 재차 찾아온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 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주택 사업과 해외 사업 부진이 원인이었다. 수도권 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많았고,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들도 줄을 이었다. 전국 곳곳에서는 분양 계약자들과 분쟁을 빚기도 했으며 리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지에서의 해외 사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문제는 더 심화됐다. 2010년 2월 말까지 성원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총 1조3000억원, 직원들의 체불임금도 20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09년 말 어음 25억원을 맞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2010년 1월부터 채권단 실사를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해 2011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2014년 7월 최종 파산했다.

유람하고 골프 치고 화려한 도피 행각

재계는 전윤수 전 회장의 방만 경영이 성원건설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전 전 회장은 스캔들을 몰고 다녔다.

2004년 대검찰청 공적 자금 비리 합동단속반은 공적 자금 투입 기업 등에 대해 약 3년간 수사를 벌였다. 당시 전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전 전 회장의 여러 혐의는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성원건설이 성공적으로 수행한 서해안고속도로. 사진=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회장은 1999년 회사가 부도가 난 당일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14억3000만원을 빼돌려 회사 고문 법무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대지 530평을 매입해 시가 35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지었다. 또 일부는 자녀 유학 비용으로 사용해 이후 전 재산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전 전 회장은 1남 3녀 모두 해외 유학을 마치게 했다.

전 전 회장은 앞서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 씨에게 화의 인가 청탁과 함께 13억원을 건넨 불법 로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두바이 재개발 사업과 관련 공시 전 계열사를 통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2년 1월에는 2008년 성원건설 주가가 크게 올랐을 당시 약 26억원 어치의 자사 주식을 부인과 딸 등 가족과 지인 명의로 처분해 차익을 올리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전 회장이 법정에 섰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확한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전 회장은 임직원 499명에게 지급될 임금 300여억원을 체불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신병 치료’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전 전 회장 측은 “지병 치료차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 자산으로 묶여있던 골프장을 매각해 마련한 700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홀연 사라진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전 전 회장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2011년 9월 방송된 MBC <PD수첩>은 전 전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세 개짜리 집을 임대해 거주했다. 딸의 명의로 BMW의 고급 승용차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전 전 회장은 미국 생활 도중 불법 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교포 언론인 안치용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전 전 회장이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녔다고 밝혔다. 현지 이민 브로커에게 합법적 체류 신분(영주권)을 조건으로 수억원을 뜯기는 사기를 당했다는 풍문도 있다.

그렇다면 불법체류자 신분인 전 전 회장이 어떻게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성원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 전 회장의 외손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며 “전 전 회장이 보호자 신분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팔아도 주주 피눈물 닦을 수 없다

전 전 회장은 자신은 회장, 부인 조애숙 씨는 부회장, 처남도 부회장, 사위는 사장, 장녀 정원 씨는 자금본부장, 차녀 순원 씨는 기획조정실장, 형은 성원건설 계열 골프장 사장 등 자신의 가족 전체를 성원건설 임원으로 임명하는 등 그야말로 구멍가게식 족벌 체제로 성원을 운영했다.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은 2002년 증여세 등 총 5건 223억6600만원을 체납, 개인고액체납자 순위 56위에 올라있다. 사진=국세청

그렇다면 전 전 회장의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시사주간지 <일요시사>는 2010년 성원건설이 퇴출 위기에 몰렸을 때 전 전 회장의 고급 빌라 보유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요시사>는 전 전 회장 일가가 전 회장의 부인 조 씨와 아들 동엽 군이 각각 7대 3의 비율로 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고급빌라에 거주하는 것을 확인했다.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해당 빌라는 전 전 회장의 친척 쪽으로 가등기 되어 있는 상태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장녀 정원 씨는 2012년 1월 회사 대출금을 횡령하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2억4300만원 등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원건설의 자금 사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자금 유치에 수반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의 범죄가 회사 자금 사정 악화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고, 이 건설사 운영자 자녀라는 특수 관계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성원건설의 자금을 관리하는 업체에 감사로 근무하던 정원 씨는 PF자금 조달 알선·자문업체 직원 손 모 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난 2008년 3월부터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성원건설 자금 조달 관련 용역을 수주해 준 대가로 모두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청탁 업체의 용역 수수료를 부풀려 그 차액인 3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전 전 회장은 2012년 말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면서 귀국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전 회장이 귀국 후 겪게 될 엄청난 후폭풍이 무서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 전 회장의 경영실패로 피해를 본 채권자 1600여명과 주주 1만3000여명이 눈에 불을 키고 전 전 회장의 귀국 혹은 체포를 기다리고 있다.

<성원건설은?>

▲1977년 태우종합개발 설립
▲1978년 성원건설로 사명 변경
▲1987년 전윤수 회장 취임
▲1990년 서해안고속도로 착공
▲1994년 지하철 6호선 착공
▲1999년 1차 부도
▲2003년 화의절차 후 회생 성공
▲2006∼2008년 두바이·바레인·아부다비 지사 설치
▲2009년 대주단 협약 가입
▲2010년 법정관리 신청
▲2011년 법정관리 시작
▲2013년 SM그룹, 성원건설 인수 부결
▲2014년 최종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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