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생산 차보다 가격경쟁력↓
대중 브랜드 한계로 수입차시장서 고전
“판매부진 해결 위해선 국내 생산 늘려야”

사진=뉴시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수입판매 차량을 지속적으로 늘릴 경우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량 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고, 프리미엄 차량이 더 잘 팔리는 수입차 시장 특성상 대중차 브랜드로서의 한계가 명백하다는 게 이유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이 근본적인 판매 부진 해결을 위해선 초기 투자비용이 들더라도 국내 생산 차량을 늘려야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수입 판매 차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르노삼성은 소형 해치백 차량인 ‘클리오’를 르노 터키 공장에서 받아와 수입 판매한다. 2013년부터 수입 판매 중인 QM3도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한국GM의 경우 준‧대형 세단인 임팔라를 수입판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시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도 미국에서 수입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 차량이 수입차로 분류되는 만큼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르노 클리오를 예로 들면 기본모델 2000만원 내외, 상위 트림은 2300만원대다. 르노삼성은 클리오 가격을 ‘젠(ZEN)’ 1990만~2020만원, ‘인텐스(INTENS)’ 2320만~2350만원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이는 한 체급 위인 국산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GM 임팔라도 3597만~4619만원으로 동급 차량인 현대차 그랜저(3105만~4330만원), 기아차 K7(3105만~3990만원) 대비 7~16%정도 비싸다. 여기에 보험료도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비싼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용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수입차시장으로 무대를 옮기더라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프리미엄’으로 통하는 상황에서 대중차 브랜드인 한국GM과 르노삼성이 가지는 경쟁력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국내 수입차시장 판매 순위는 메르세데스-벤츠가 7349대로 1위 자리를 지켰고 BMW(6573대), 아우디(2165대)가 뒤를 이었다. 즉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가 차지한 셈이다. 여기에 수입차업계가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에 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점유율은 쌍용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GM과 르노삼성을 따돌린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국내 생산을 줄이고 수입 비중을 늘릴 경우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현재의 판매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선 비용이 들더라도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차량 라인업 확장이 용이하고 다양한 옵션 운영을 통한 상품성 증대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한국GM과 르노삼성에 비해 다양한 라인업과 옵션을 더 저렴한 가격에 운용하고 있다”며 “이는 수입차업계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강점이라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GM의 지난 4월 내수 판매는 5378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54.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으로 큰 혼란을 겪으면서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고,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르노삼성도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23.7% 줄어든 690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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