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대선배 박일남 ...못난 후배라도 함께 가겠다
김흥국 미투·폭행…사실이든 아니든 무릎 꿇어라
타겟을 향해 집중포화는 그 누구도 못 견뎌

 가수 박일남. 사진=파이낸셜투데이 DB

“모두 같이 사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변명하지 말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장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놔라”

우리나라 대표 원로가수 박일남이 최근 대한가수협회내 분쟁에 대해 김흥국에게 전한 말이다.

그는 김흥국 대한가수협회 회장이 모든 논란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대한가수협회를 망가뜨리는 장본인이 김흥국이라 판단한 그는 김흥국에게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흥국이 고집부리면서 만행을 이어가면 협회를 해체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뜻을 밝혔다.

올해 57년차 가수인 박일남은 1962년 가수로 데뷔해 ‘갈대의 순정’, ‘전선 야곡’, ‘정’ 등을 히트시킨 인물이다. 박일남은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산하 가수분과 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현재 대한가수협회와 대한가수협회 원로회 고문을 맡고 있는 가요계 대선배다.

지난 3일 오후에 만난 그는 “지금 논란이 되는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은 김흥국이 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투’에 연루된 것을 시작으로 김흥국이 화두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흥국이 ‘미투’에 연루가 됐다면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논란이 되고 있으니 자세를 낮추고,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국민들에게 말하며 성실히 조사 받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라"면서 "그렇다면 자숙 기간 이후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김흥국에게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김흥국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일남은 “김흥국이 미투 사건에 연루됐을 때 대한가수협회 원로회에 직접 가서 변호까지 했었다. 김흥국이 분명 잘못하기는 했으나 가수 생활 못 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명을 하기 보다는 조용히 물러날 수 있게 해주면 어떤가라고 제안을 했다”며 “원로회 회원들이 동의를 해줬으나, 그럼에도 김흥국은 물러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후배 한명이 전화를 걸어와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는데, 우리가 누구 한 사람을 해하려고 지금 이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하더라도 나서서 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나보고 악역을 하라고 한다면 내가 맡아서 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일남은 “하지만 김흥국이 계속 이런 식으로 협회를 운영할 것 같으면 해산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현재로서 이 협회는 필요 없는 협회가 됐다. 김흥국으로 인해 회원도 거의 다 떠나가고 이사 대부분도 사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회 이사는 총 18명인데 그 중 6명은 회장이 지명할 수 있다. 그런데 지명 이사 6명도 회장이 지명을 한 후 협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일어나는 총회는 모두 무효이지 않은가”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 김흥국이 하는 언행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지만, 팬들이 날 보고 ‘박일남, 넌 그 동안 뭐 했어’라고 한다면 나 역시 할 말이 없다”며 “내가 김흥국을 가만히 뒀기 때문이다. 난 그가 잘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 실수였다”고 자책했다.

한편 김흥국은 미투 사건이 마무리 되기도 전에 동료 가수를 폭행해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대한가수협회는 내부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한가수협회는 박일서 수석부회장을 보직해임 및 업무중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박일서 측은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열린 협회 전국지부장 회의에 찾아가 본인에게 내려진 해임 및 징계가 무효라는 것을 해명하려 했으나, 김흥국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었으며 입고 있던 코트가 찢어져 김흥국을 상해죄와 재물손괴죄로 고소했다.

또, 김흥국의 박일서 폭행사건에는 박일서와 동행했던 여자가수인 박모씨도 전치 3주의 상해를 입는 등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흥국 측은 이미 보직해임이 된 박일서가 회의장에 들이닥쳐 끌어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신체접촉이 있었을 뿐 폭행은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일 있었던 대한가수협회 임시총회에서는 박일서의 제명안이 통과됐다.

박일남은 김흥국과 박일서 간의 문제에 대해 그 누구편도 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일남은 “박일서가 그 자리에 찾아간 것은 억울함을 해명하고자 간 것이겠지만 방식이 잘 못 됐다”고 말하면서 “이번 박일서 제명 건에 대해서는 절차상 문제가 많다. 지난 1일 열린 임시총회는 성립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의결했다. 박일서 제명 건은 다시 한 번 재검토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흥국과 박일서 둘 사이에 문제가 있던 날은 원로회 회의가 있던 날 이었다. 그날 원로회장에게 김흥국과 박일서 둘을 함께 부를 것을 요청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화해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 않은가”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박일남은 “원로회장은 둘을 한 자리에 불러 이야기를 듣고자 했으나 박일서 혼자 자리에 나왔고 김흥국은 불참했다. 본인이 정말 정당하다면 출석해 입장을 소명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 않은가”라며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김흥국을 보고 있자면 답답함이 차오른다. 그래도 동료인데 함께 가야하지 않은가. 누구 하나를 타겟으로 잡고 집중적으로 포화를 쏟으면 살아남는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일남은 그 누구도 희생시키고 싶지 않고 못난 동료라도 함께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 김흥국 본인도 잘못을 깨닫고 뉘우칠 것”이라며 그를 믿고 있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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