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피해자 박창진 전 사무장이 사회 맡아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을 포함해 약 500명 이상 참석
“물 컵 어디까지 던져봤니?, 폭행 어디까지 해봤니?” 외쳐

제 1차 대한항공 촛불집회. 사진=제갈민 기자

4일 오후 7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촛불집회의 사회는 ‘땅콩회항’의 피해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맡았다.

촛불집회에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을 포함해 한진 그룹 계열사 직원과 이들의 친구, 가족 등 약 500명이 참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회 참가자들은 늘어났다.

참가자들은 각종 가면과 마스크,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대한항공 유니폼이나 검은색 계열 옷을 입어 신분 노출을 막았다. 또한, 참가자들은 ‘불법! 안하무인 갑질!’, ‘CHO OUT! with 간신 3인방’과 같은 피켓을 들고 조양호일가의 갑질과 직원 사이의 이간질로 얼룩진 대한항공의 실체를 알렸다.

이들은 “총수일가 갑질 못 참겠다”, “조양호는 물러나라!” "갑질 어디까지 해봤니?, 밀수 어디까지 해봤니, 고함 어디까지 쳐봤니?, 물 컵 어디까지 던져봤니?, 폭행 어디까지 해봤니?, 쌍욕 어디까지 해봤니?"를 연이어 외치며 최근 논란의 물벼락 갑질을 강력하게 꼬집었다.

자유발언 첫 번째 주자로 나선 하효열 전 대한항공 조종사. 사진=제갈민 기자

이날 집회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 형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자유발언에 나선 집회 참가자 하효열씨는 “17년 전 대한항공 조종사로 일하며 노사를 만들었다가 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때 잘 만들어서 조양호 일가를 퇴진시켰더라면 오늘 이런 날이 없었을 것” 이라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집회 도중 박창진 전 사무장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땅콩회항 당시 한 동료가 급히 뛰어나와 물 한잔을 먹여줬을 때, 그 어떤 고난도 헤쳐 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다”며 “그 때의 희망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고 여러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직원의 부인이라고 밝힌 또다른 집회 참가자는 “지난 2000년,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남편이 딸이 태어나던 해에 해고가 됐다”며 “복직이 되기는 했지만, 큰 딸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대한항공은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서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이 정말 좋은 회사 한번 만들어 보겠다 하고 나섰을 때 함께 싸워줄 수 있는 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지난 ‘물벼락 갑질’ 이후 휴가를 떠난 조현민을 지적하며 “조현민만 휴가 가냐, 우리도 휴가가자”를 외치기도 했다.

특히 집회 참가자들은 벤데타 마스크를 착용하여 저항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은 "갑질세트 조현아, 조현민을 추방하라, 조씨 일가 욕설 갑질 못 참겠다, 갑질 원조 조양호는 퇴진하라, 조씨 일가 간신배들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총수일가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노웅래 의원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가도 자유발언에 나서서는 가면을 벗고 말을 하는 이유는, 조 씨 일가에게 당당하게 책임을 묻기 위함이라 생각한다”며 “조 씨 일가는 주인이 아닌 주식회사의 대주주이고 경영진 중의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인 아닌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면 그것이 갑질이다”며 “조씨 일가는 여태 행해왔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이 사태를 수습하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집회 해산 중 만난 참가자 한 명은 “집회를 하기 전에는 얼마나 많이 모일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정말 많은 동료들이 함께 해 줬다”며 “두 번째 집회가 있을 때는 아마 더욱 많은 동료들이 뜻을 같이 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두 번째 집회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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