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대선과정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한 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인해 포털의 책임론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드루킹’ 사건은 포털 서비스 사업자가 거의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한 군데 모아서 독자나 시청자들에 제공하는 뉴스 종합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뉴스 댓글을 조작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포털의 뉴스 종합서비스는 짧은 시간 안에 매우 효과적으로 뉴스 댓글을 조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포털이 모든 뉴스를 모아서 제공해 주기 때문에 뉴스를 소비하려는 이용자들이 포털에 모이게 되고, 이렇게 모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댓글 조작이 쉽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게 됐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포털의 뉴스서비스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포털의 뉴스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포털이 실질적으로 언론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포털 사업자들은 포털이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은 휴대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커뮤니케이션 기기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언론사들이 제공한 뉴스를 자체적으로 편집해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어 실질적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사의 주요 활동은 크게 취재와 편집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어느 지면에 얼마만큼의 크기로 보도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편집행위이고, 이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포털은 현재 이러한 편집행위를 직접 수행하고 있어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포털은 이용자들에게 검색을 통해 뉴스를 제공할 언론사를 자체적으로 선택하고, 포털 메인 화면에 배치할 뉴스를 선택하여 배열하는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편집을 하는 등 일반적으로 언론사가 하고 있는 활동들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포털이 스스로 언론사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포털이 언론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포털은 자신들이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언론사에 준하는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포털 사업자들이 자신들은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고 언론사에 준하는 법적 규제를 받고 싶지 않다면, 뉴스 편집 기능을 당장 포기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포털이 자체적으로 편집한 뉴스를 소비자들에 제공하는 편집행위를 하면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이용자들이 읽고 싶은 뉴스를 클릭하면 포털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로 이동하는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용자가 뉴스를 클릭하면 뉴스를 보도한 언론사 사이트로 바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서비스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현재 포털 사업자들은 경제적 이윤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인링크’ 방식을 활용해 이용자들을 포털에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공감, 추천, 좋아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자들이 기사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배치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포털사이트 유입을 증가시키고, 가능한 한 오랜 시간 포털 사이트에 머무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포털의 경영적 전략인 ‘인링크’ 방식의 뉴스서비스 제공이 이번 ‘드루킹’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댓글 조작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고 댓글 조작을 부추기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털은 자체적으로 뉴스를 편집하고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뉴스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인링크’ 형식의 뉴스서비스 방식을 구글과 바이두 등 세계적인 포털 사업자들처럼 이용자가 읽고 싶은 뉴스를 검색하고 클릭을 하면 바로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포털이 언론기능을 하면서 여론 조작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포털은 이제 언론사들이 제공한 뉴스를 통해 쉽게 돈을 벌어왔던 과거의 비정상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검색엔진으로서 포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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