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현대리바트의 안일한 인사관리
공공기관과 영리기업의 겸직에 아무런 문제성 느끼지 못해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신임대표 자격 논란 불거져

서울시청. 사진=뉴시스

서울시 산하 서울디자인재단의 신임대표가 현대리바트 사외이사 감사직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의 용역업체 대표가 서울디자인재단 인사추천위원장을 맡아, 재단 대표선출 과정에서 서울시의 인사행정 개입 여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 및 산하기관의 공무원들은 시장의 허가 없이 다른 업무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임원후보자 공개모집 공고’에는, ‘3 겸직 제한: 상임이사(대표이사)는 직무 이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시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디자인재단은 지난달 16일 영리기업인 현대리바트 사외이사 겸 감사를 겸직하고 있는 최경란 씨를 신임 상임대표로 선출한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최경란 이사는 현재까지 본사의 사외이사 겸 감사를 맡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에서부터 4월까지 최경란 대표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는 현대리바트 사외이사 겸 감사직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입장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경란 대표는 3월 28일 현대리바트 이사회에 참석하여 자신을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설치의 건과 사외이사를 포함한 임원 보수집행 승인의 건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이사회 후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겸 감사로 재선임됐다.

이에 최경란 대표가 서울디자인재단의 신임 상임대표로 선출된 과정에 대한 의혹과 함께 그의 대표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최경란 사외이사가 사의를 표하고 난 후에야 서울디자인재단의 대표가 된 사실을 알았다”며 “하지만 최경란 사외이사는 현대리바트로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경란 대표는 현대리바트로부터 급여, 즉 월급 개념의 보수는 받지 않았지만, 사외이사직을 수행한 데에 대한 일정한 보수를 받았다.

본지 기자는 이 관계자에게 “민간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유지한 채 서울디자인재단의 상임대표가 될 수 없다”고 관계 규정에 관해 설명한 후 “현대리바트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사업자가 아니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가 영리 단체냐”고 반문하며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상임대표의 자사 사외이사 겸직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피력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진=뉴시스

한편, 서울디자인재단은 최경란 대표이사를 선출하기 이전, 후보자 모집을 위해 홈페이지에 공고를 띄워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9일 자정 12시까지 지원자들의 이력서와 관련 서류를 제출받았다. 공고에는 합격자에 한 해 개별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기재했다.

본지가 서울시청을 찾아가 만난 김선수 문화본부 디자인정책과 과장은 “최경란 대표가 내정되고 그 사실을 통보했다. 그리고 4월 5일 현대리바트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4월 9일 최 대표로부터 사표를 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우리는 사표 처리가 된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 대표의 사직서 제출과 사직처리에 대해 최 대표의 말만을 들었을 뿐 현대리바트 측에 확인하는 과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최 대표의 사외이사직 겸직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도 현대리바트 측과 다르지 않았다. 김선수 과장은 “현대리바트의 사외이사직을 겸하고 있으나 급여를 받지 않는다면 위법이 아니지 않으냐”며 뭐가 문제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최 대표의 보수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그가 사외이사로 소속돼 있는 현대리바트가 영리기업이라는 점에서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겸직금지 규정에 저촉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서울디자인재단 신임 상임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현대리바트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후보자를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선출한 것이다.

더불어 인사추천위원장을 맡은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DDP가 운용하는 사업 일부를 맡은 수탁사업자다. 아울러 두 사람은 광주비엔날레의 전후 책임자로서 깊은 친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의 김선수 디자인정책과 과장은 “DDP가 사업을 위탁한 디자인하우스는 서로 상하관계라고 볼 수 없다”며 “편제상 DDP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외부 전문성을 존중하여 업무 독립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때문에 관리 대상자가 관리 주체를 뽑았다는 주장은 엄밀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디자인하우스는 내년 3월이면 DDP와의 위탁계약이 종료된다. 따라서 DDP로부터 디자인하우스가 재위탁 계약을 이어가려면, 관리 운용 주체인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가 뽑은 최경란 대표가 1년 후인 2019년 3월 디자인하우스의 위탁 여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날 디자인하우스가 재위탁되면 이영혜 대표는 2021년 3월까지 동대문디자인재단의 위탁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즉 재단 대표이사가 누가 선출 되냐에 따라, 디자인하우스 사업의 연장노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를 임명하기까지 현대리바트 사외이사직 사표 수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서울시 인사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선출 인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외부에 명백하게 알려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며, 대표선출 과정에 관한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