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에 격동

근로자의 날을 맞아 삼성전자의 노조파괴 문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의 날이 제정된 지 올해로 9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재벌그룹 1순위 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을 지키고자 그동안 노조탄압을 한 사실이 담긴 문서 6000여 건이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노조탄압을 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공작한 사실이 드러나며 노동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무노조를 원리원칙으로 내세웠던 삼성은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소송비를 대납한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압수 수색하며 노조와해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 6000여 건을 발견했다. 해당 문서에는 아직 어떤 지시 사항들이 들어있는지 공개된 바 없지만, 노조와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이르러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라 부르고 있다.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 담긴 ‘2012년 S그룹 노사전략’문건은 지난 2013년에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당시 노조와 시민단체에서는 해당 문건이 공개되며 삼성을 상대로 검찰에서 고소 고발 조치했다. 하지만 추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해당 문건에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혐의없음’으로 종결 나며, 해당 사건은 덮어졌다.

당시 삼성은 이 같은 노조와해 무력화가 담긴 문건이 세상에 공개되며 언론에 보도되자, “2011년 고위 임원 세미나 준비 때 토의자료로 만든 것”이라 해명하고 나섰다. 더불어 “삼성에서 만든 문서가 아니다”고 이 사건 전부를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삼성은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공작을 펼친 것으로 문제 제기돼 왔으다. 특히 검찰이 삼성전자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6000여 건이 넘는 삼성의 노조와해 문서는 ‘삼성의 자백서’라고 불리고 있다.

이에 노조와 시민단체에서는 삼성의 노조와해 지시 사항이 담긴 6000여 건의 문서를 검찰이 독점 조사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가지며, 공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위해 삼성에버랜드 노조 건설 당시에 불법 사찰과 핸드폰 불법복제 등을 서슴지 않은 정황의 내용 들도 상당수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2013년에 공개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문서에 담긴 노조와해 지시 사항과 흡사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에 의하면 삼성의 노조와해문서의 출처는 ‘미래전략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때, 전임 정부와 깊이 유착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부서다. 해당 부서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편법적인 승계 작업을 위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말 한 필을 뇌물로 제공한 혐의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며 지금은 해체됐다.

때문에 삼성의 노조와해를 밝힐 6000여 건이 넘는 문서를 검찰이 혼자 독점하게 둬서는 안된다는 불신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29일 MBC뉴스데스크에는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에 경총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단독 보도했다.

MBC는 이날 보도에서, 삼성의 조직적인 노조 파괴 공작에 경총이 깊숙이 개입하고, 삼성의 수족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밝혔다. 이에 따라 곧 검찰에서는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 계획이 잇따를 거라고 보도했다.

MBC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삼성전자에 이어 경총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박스 분량의 외장 하드에서 삼성의 의뢰로 노조를 무력화시킨 공작을 펼친 내용을 확보했다. 이른바 <Burn out Policy>, 소진 정책이라 불리는 노조 무력화 공작에 검찰은 주시하고 있다고 MBC는 보도했다.

<Burn out Policy>, 소진 정책은 노조와의 교섭을 최대한 지연시켜, 노조원을 지치게 하고 노조 자체를 와해시킨다는 전략이 담긴 내용으로 이는 삼성전자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노조 파괴 <마스터 플랜>과 같은 내용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경총은 실제로 지난 2013년 삼성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노조 무력화 공작을 서비스센터 노조와의 교섭에서 여러번 결렬을 선언하며, 노조를 지치게 하는 전략을 펼쳤었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정치권에서도 근로자의 날을 맞아 삼성이 그동안 자행해왔던 노조와해 문서 6000여 건 모두를 국정조사를 통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삼성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해 삼성이 한국경영자총협회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추가적으로 제기됐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노사의 상생협력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경총이 공조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철저한 수사는 물론 삼성 스스로도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이용우 변호사 등과 함께 ‘삼성그룹 노조파괴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검찰이 삼성전자 등 압수수색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 6000여건을 확보함으로써, 삼성의 거짓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삼성그룹이 헌법 위에 군림하며 불법행위를 일삼은 행태가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이후, 이날 국회에 삼성의 노조파괴 진상규명 국정조사 추진 기자회견에서 국정조사 촉구 요구서를 제출하고 나섰다.

80년 넘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원칙에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돼왔음이 지적되며,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가졌다.

파이낸셜투데이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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