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다시 살아나나...ICO 인기 여전
비트코인 다시 살아나나...ICO 인기 여전
  • 한종해 기자
  • 승인 2018.04.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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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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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10억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지난달 17억 달러(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했다.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그램’이라는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해 거둬들인 투자금이다.

텔레그램이 애초 그램을 발행하며 투자금을 모을 때 목표한 금액은 12억 달러다. 이 회사는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사용자들이 그램을 이용한 결제나 송금이 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인 ‘TON’을 개발 중이다.

#2. 글로스퍼는 국내 1세대 블록체인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9월25일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암호화폐 하이콘(Hycon) 1차 ICO(암호화폐공개)를 통해 약 148억원에 상당하는 3500비트코인(BTC) 유치를 달성했다.

정부가 ICO 전면 금지 방침을 발표하기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사실상 국내에서 진행한 마지막 ICO로 받아들여진다. 이후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글로벌 ICO를 진행해 누적 목표액인 5000만 달러를 모았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널뛰고 있지만 신규 코인을 상장하는 ICO 인기는 여전하다. 앞서 1일 708만원까지 떨어진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랠리를 펼치며 1000만원선을 회복했다.

26일 코인스케줄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IC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39억 달러(약 4조2000억원)로 모두 210건이 이뤄졌다.

올 들어서는 이달 현재 60억 달러(183건) 규모의 암호화폐 상장이 이뤄졌고, 1분기 모금액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선 것은 물론 1.5배나 불었다. ICO 규모는 2016년 9500만 달러(43건)에서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종류만도 수천개에 달한다. 영국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Cryptocompare)와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4월까지 발행된 암호화폐의 종류는 2000개에 이른다. 지난해 9월 1090개에서 7개월 만에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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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는 암호화폐 사업자의 기업 자금 조달 방식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현금보다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기존 암호화폐를 자금으로 받는다.

투자자가 암호화폐 개발진에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전송하면 개발진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 신규 코인과 더불어 프로젝트와 관련한 권리들을 패키지화한 ‘토큰’을 지급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지난해 5월 블록체인OS가 처음으로 ICO에 나섰다. 빠른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운 보스코인(BOSCoin)을 공개해 9분 만에 15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존의 IPO나 증권공모는 실체를 가진 발행인이 회사의 실적이나 자금흐름 등을 기초로 증권을 공모하며 자금을 모집하지만, ICO는 아직 구상단계인 분산원장 프로젝트 관련 사업계획 내지 아이디어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높은 투자위험을 부담하는 투자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ICO 투자열풍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 가격이 2017년 5월과 7월을 기점으로 폭등한 전례가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7월에만34건의 ICO에서 6억6500만 달러의 자금이 모집되는 등 과열양상이 심화됐다.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라는 일반적인 투자 목적보다는 최근 급등하는 암호화폐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어 관련 업계도 투기적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는 진단을 부인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사업자 입장에서도 ICO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근 업계는 벤처투자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다.

보통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탈(VC)에 지분을 떼어주고 오랜 기간 협상을 거쳐야 투자금을 받을 수 있지만, ICO를 하면 프로젝트에 동의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수월하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고, 돈이 ICO로 몰리면서 실체가 없는 사기성 프로젝트들도 잇따랐다.

미국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분석기업 체인널리시스(Chainalysis)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ICO와 관련한 금융사기 피해금액만 2억2500만 달러에 달하고 피해를 입은 투자자수는 3만260명으로 추산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29일 증권 발행 형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했다.

당시 정부는 “ICO가 사기 위험이 있고, 주식 공모 등 기존 시장에서 얼마든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금지 이유로 들었지만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아 현재로선 ICO를 금지할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정부의 엄포에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스위스·홍콩·싱가포르·에스토니아·지브롤터 등 ICO에 적극적인 국가들에 법인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요 국가 가운데 ICO를 정부가 금지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한국과 중국 정도”라며 “ICO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규제해도 다들 해외 ICO를 준비하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했다.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판매(Public ICO)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부작용으로 지목되는데, 공개 판매를 할 경우 ‘암호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까다롭기 때문에 기업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 1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거래 기록을 5년 동안 보관하면서 투자자 신원과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이용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ICO를 주관한 한 업체는 “공개 판매를 할 경우 투자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며 “최근 대다수 업체는 ‘노 퍼블릭 세일’을 밝히며 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한다”고 귀띔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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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ICO 금지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제도권으로 흡수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며, 건전한 ICO 시장의 형성을 위해서라도 금융감독의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시각도 적잖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장)는 “법과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불확실성으로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며 “각종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나, 규제 프리존을 통해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도 “암호화폐 규제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는 전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며 “신생 기업에게 ICO는 훌륭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 ICO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탄생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특히 올 2월 스위스 금융당국이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스위스는 기능을 기준으로 코인을 자산 토큰, 지불 토큰, 유틸리티 토큰으로 구분하고 자산 토큰만 증권으로 간주해 금융 시장 관련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자산 토큰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배당금으로 받는 코인으로 이렇게 되면 자산형 토큰 발행업체는 증권법에 따라 발급된 무기명 증권의 발행번호와 채권자 신원 등 세부사항을 기록하고 사업설명서 제출도 요구받을 수 있다.

사기 코인 등 부작용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김용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도 “ICO 전면 금지는 암호화폐 규제로 인한 기술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전제한 뒤 “근본적으로 금융 다단계 사기의 일종인 ‘폰지 사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스캠(사기 코인)을 걸러낼 수 있는 기술 평가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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