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현대차·모비스 합병 후 당기순익 절반 배당하고 현재·미래 자사주 소각하라” 주장
현대차·재계, “2003년 SK그룹과 2015년 삼성물산 합병서 보여준 투기자본 먹튀행위 재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사진=뉴시스

미국의 대표적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에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현대 가속화 제안서(Accelerate Hyundai Proposals)’ 및 이사진에게 보내는 서신을 현대자동차그룹에 발송한 후 24일 자사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했다.

엘리엇은 이 서신을 통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지분구조 개선의 목표가 소액주주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실천적인 방향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과도한 사내잉여금 감소 ▲모든 자사주의 소각 ▲매년 배당지급률을 당기순이익 기준 40% 이상 배정 등을 요구했다.

이와관련 엘리엇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구조 개선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현대차그룹 주주 대부분이 지지를 표명했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분구조 개선이 모든 이해관계인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진행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엘리엇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외국계 투기자본들의 기업 침략이 시작되었다며 우려섞인 시각을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엘리엇의 주장 중 “현재와 미래의 모든 자사주 소각” 주장에 대해서는 ‘외국 투기자본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SK그룹과 삼성물산 지배구조 과정에서 보여준 외국계 투기자본들은 국내 기업들의 위기상황에 편승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후 빠진 전례가 있다” 며 “이번 엘리엇의 현대차 지분구조 개입도 같은 사례로 보인다” 고 말했다.

재계의 이같은 입장은 2003년 SK그룹과 소버린 펀드 간 경영권 분쟁 경험과 2015년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이 편승하여 막대한 차익을 실현한 사례 등에서 비롯되었다.

파이넨셜투데이 박현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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