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21일 조 회장 일가 압수 수색..관세신고 안됨 명품 발견
갑질 사건, 국민들 공분 속에 부적잘 경영 형태 전반적 확대

사진=뉴시스

조양호 한진그룹회장이 22일 사과문을 통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및 큰 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사건은 이미 국민들의 공분 속에 부적절한 경영 형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날 관세청은 인천세관 조사국 소속 조사관 30여명이 전날인 2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진그룹 조 회장, 조현아 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집 등 거주지 3곳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이 주요 그룹 총수 일가의 집을 압수 수색한 것은 최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의 5년 치 신용카드 해외 사용 명세를 조사해 오다 혐의점을 잡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에서 신용카드 해외 사용 명세에는 있지만 관세 신고는 하지 않았던 명품 상당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 직원과 내부 시스템을 악용해 해외에서 물건을 산 뒤 국내로 밀반입했다는 제보와 증언에 주목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산 명품이나 가구 등을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한 뒤 직원들을 동원해 들여왔다는 의혹이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그들이 사치품을 밀반입하기 위해 사내에 수하물 전담팀까지 뒀다는 증언도 있다. 만일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총수 일가와 대한항공이라는 거대 기업이 조직적으로 밀수를 한 셈이 된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포탈 세액의 10배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명세 △실제로 관세청에 신고한 물품 명세 △관세당국에 신고되지 않았는데 자택에 있던 물품 등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대조 결과 신고에서 누락된 물품들이 확인되면 총수 일가를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운전사나 대한항공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찰은 조 전무의 폭행 의혹과 관련해 대한항공 본사, 광고대행사 A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회의 당시 녹음파일,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조만간 조 전무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감사관실은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2010∼2016년 국적 항공사인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활동했던 사실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항공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국적항공사 임원에 포함돼 있을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에 결격 사유로 본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같은 결격 사유를 확인하지 않고 사업 범위 변경 승인 등을 내줘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직원들은 “조 전무가 외국인이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전무가 대외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영어 이름으로 표시한 점 등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이 불법 재직을 묵인해준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국토부는 직원들의 업무 태만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가로 검찰 수사 등을 의뢰할 방침이다.

또 관세청 직원들이 ‘조 회장 일가의 관세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묵인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관세청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감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남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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