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오랜 동안 잠을 자고 있던 원자재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계경제가 일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위험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BC뉴스는 지정학적 불안과 시장의 변동성이 주식시장에는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제 원자재 시장에는 상승압력을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루미늄 가격이 10여 일 만에 20% 이상 치솟고, 니켈 가격은 18일 하루 새 10%나 폭등했으며, 원유와 곡물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 소재 무역거래 기술 제공업체인 피데사의 원자재 전문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의 그림을 살펴보면 정해진 슈퍼사이클이 드러난다. 레토릭(수사법)과 논쟁을 넘어서서 경제성장은 아주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특히 비금속 원자재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자재 관련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파워셰어스 커모디티 인덱스 펀드(PowerShares DB Commodity Index Tracking Fund)’는 2월 초 이래 9% 상승했다. 지난 1년 동안에는 16% 뛰었다.

귀금속과 원유, 곡물 등 주요 21개 품목의 상품선물 시세를 지수화한 CRB지수도 이와 비슷한 폭으로 오르면서 2014년 말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1월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원자재 시장의 상승이 주식시장을 앞설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CNBC는 그의 말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6일 미국의 대 러시아 추가 경제 제재 발표 이후 알루미늄 가격은 20% 이상 폭등했다. 니켈 가격은 18일 하루 만에 10%나 급등했다. 18일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t당 니켈 가격은 2014년 이후 최고치인 1만5875달러까지 치솟았다. 니켈 가격이 하루만에 10% 상승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인 루살(Rusal)을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니켈 생산업체인 노릴스크(Norilsk)도 추가 제재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폭등세를 보인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니켈 공급량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구리 가격도 0.16% 오른 메트릭 t당 7048달러에 거래됐다. FT는 최근 세계 경제의 동반 상승세가 구리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곡물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마크 슐츠 노스스타 컴모디티(Northstar Commodity) 수석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반 동안 곡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침체된 상태였다. 이제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다시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4년 이래 최고치인 75달러까지 접근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리비아,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해 올 하반기 국제원유 시장에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호조로 이미 빡빡해진 원유 수급이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원유 생산차질로 공급이 달리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50% 가까이 오름세를 보여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사흘 연속 오르던 국제유가는 19일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9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일 대비 배럴당 0.18달러, 0.3% 내린 68.29달러로 폐장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기준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배럴당 0.30달러, 0.4% 오른 73.79달러로 거래됐다. WTI는 이날 한때 배럴당 69.56달러까지 올라 2014년 11월28일 이래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남홍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