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선 ‘국가’·‘국민’ 관심 필요
순수 토종 브랜드 ‘볼빅’, 자체 기술·생산라인 갖춰
스포츠 강국임에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없어…아쉽다

문경안 볼빅 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볼빅 본사에서 인터뷰 후 자사 '아이언맨 골프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갈민 기자

“자국에서 외면 받는 브랜드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넌센스다.”

한 때 적자를 면하지 못 하고 있던 골프공 브랜드 ‘볼빅’을 인수해, 지난해 매출 규모 423억원대의 회사로 키운 문경안 회장의 말이다.

문 회장은 수출도 중요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선 자국민들과 국가의 관심이 우선시 돼 ‘브랜드’의 입지가 다져져야 한다는 것이 문 회장의 견해다.

문 회장은 “현재 여러 나라들은 ‘보호무역’ 체제를 가동하며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중국만 보더라도 ‘화웨이’와 ‘샤오미’ 등의 브랜드가 급성장해 모바일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 않은가?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좋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기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브랜드를 모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다본 미래 선진국은 ‘브랜드’를 가진 나라다. 문 회장은 우리나라가 미래에 브랜드를 가지지 않고, 브랜드를 키우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베트남에 따라 잡힐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문 회장은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있다. 젓가락을 쓰는 문화도 똑같으며 학구열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뜨겁다. 그러나 30세 이하 인구를 비교하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다. 이는 곧 향후 노동력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인구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기업가의 몫이지만 뒤에서 국가와 국민들이 도와줘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50년, 100년 기업이 생겨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회장은 독일을 예로 들었다. “독일은 중소기업도 오래된 기업들이 많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없으며, 모두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중견기업들도 좋은 기술력을 가졌다. 삼성과 LG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술력이 입증된 기업들을 브랜드화 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점에서 볼빅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볼빅은 자체 기술도 가졌으며 자사 공장도 갖췄다. 문 회장은 “볼빅은 순수 토종 브랜드이다. 우리는 OEM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하청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ODM) 역시 하지 않는다. 또 해외 총판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문경안 볼빅 회장 사무실에 전시된 ‘볼빅 컬러 골프공’. 사진=볼빅

볼빅은 이미 다양한 색상의 골프공과 캐릭터 골프공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흰색 골프공이 아닌 여러 색상의 골프공과 글로벌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골프공을 출시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문 회장은 “심리적 요인과 수집 욕구를 골프공에 반영했다”고 설명하며 “컬러 골프공과 캐릭터 골프공을 보는 사람들이 볼빅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색상의 골프공은 골퍼의 특성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성격이 차분한 사람은 붉은색 공을 선택하고 성격이 급한 사람은 푸른색 계통의 공을 선택해 심적 밸런스를 맞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철강기업 회장에서 스포츠 브랜드 회장으로…“볼빅, 글로벌 브랜드 만들고 싶어”

문 회장은 볼빅 회장이기 전에 철강기업 ‘비엠스틸’ 회장이다. 철강기업의 회장이었던 그는 우연히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볼빅을 보게 됐다. 마케팅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골프 대한 애착과 볼빅의 브랜드 파워를 키워보겠다는 마음에 2009년 인수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골프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골프와 관련된 산업 측면에서는 뒤쳐져 있다. 선수들의 역량이 높아지면 그만큼 산업도 동시에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프를 잘 치는 나라에서 생산되는 골프용품은 좋은 제품이라고 판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회장은 앞으로 볼빅을 골프의 ‘토털 브랜드’로, 나아가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는 현재 골프공뿐만 아니라 골프 용품들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지금은 골프공 외에 퍼트와 웨지를 생산하고 있고, 드라이브와 우드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또 아이언도 연구 중에 있는데, 사업을 확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독일의 아디다스나 미국의 나이키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면서 “볼빅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면서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고 호소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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