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우려를 안은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산 6번째 정상회담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다섯 차례 회담은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만찬과 골프를 즐기면서 미일 간 동맹과 우애를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이번 만남은 북미정상회담과 미일무역갈등, 사학 스캔들 등 국내외 악재를 가득 안은 채 임하는 불편한 자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일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밝은 측면이 있다면, 일본에 있지 않다는 사실 뿐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에는 골프로 트럼프-아베 간 유대를 유지하는 일이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은 지난 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놀란 아베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북한의 핵 도발을 응징하기 위한 대북 압박에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북미정상회담 수용은 이른바 ‘저팬 패싱’ 우려를 불러왔고, 이에 아베 총리는 부랴부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띄우는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적응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해 ‘저팬 패싱’ 논란을 불식시키고 굳건한 미일 동맹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또한 북미정상회담 의제에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17일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첫날 “일본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북한의 주요한 변화를 관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신뢰한다”라고 말하면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를 칭찬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maximum pressure)’이 북한의 주요한 변화를 가능케 만들었다”라고 화답했다.

일본은 미국의 최고 동맹국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심각한 무역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미일무역갈등의 해소는 아베 총리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일 무역적자를 비난하는 트위터 공세를 펼쳤다. 그는 “일본이 최근 수년간 우리를 심하게 때렸다”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달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 시켜달라는 일본정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일본의 충격이 더욱 컸던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7개국은 면제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일본은 외면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대일무역적자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690억 달러(약 73조 4700억 원)에 달해, 중국과 멕시코에 이어 일본이 세 번째로 대미무역흑자를 많이 올리고 있는 나라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2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조건이 호의적이라면 TPP 재가입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WTO)를 원하고 있으며, TPP의 주요한 조건 변화가 없으면 재가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압박도 현재 아베 총리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장 개방 압력에 동맹국들도 함께 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중국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으로 올 1월 국회 신년 시정연설에서 “조기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내가 적절한 시기에 방중한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른 시일 내 방일하도록 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라고 말했었다.

그는 또 “중국과 협력해 증대하는 아시아 인프라 수요에 응하고 싶다”며 중국의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협조할 뜻도 내비쳤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남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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