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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 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미국의 TPP 복귀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에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TPP에 재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11개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할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미국 농업지역에서 TPP 가입을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TPP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큰 난관들(big challenges)”에 직면할 것이며 TPP 재가입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2일 TPP 복귀 검토를 지시하면서 미국이 12번째 회원국이 되는 일은 매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TPP 재가입 협상은 빨라야 내년 봄 이후에나 시작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의 TPP 가입이 오랜 시간을 요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TPP 협상 대표였던 미 무역대표부(USTR)의 바버라 위젤은 TPP 회원국들은 “증거를 원한다”라고 말해, 미국의 TPP 복귀 의사가 진지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도 TPP 재가입 검토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당초 TPP 구심점 역할을 했던 미국의 탈퇴로 TPP는 좌초하는 듯했다. 그러나 호주와 일본 등의 주도로 TPP는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달 8일 일본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멕시코, 페루, 칠레,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Pacific Partnership, CPTPP)’에 서명했다. CPTPP는 미국이 빠진 TPP의 이름이다.

CPTPP는 인구 5억 명의 환태평양 지역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전 세계의 13.5%에 달한다.

CPTPP는 내년 봄 공식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회원국 가운데 최소 6개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완료하게 되면 그 시점으로부터 60일 이후에 발효된다.

TPP 회원국들은 미국의 재가입 문제로 TPP 협정 발효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식적인 TPP 재가입 협상이 내년 봄 이후에나 시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WSJ는 미국의 TPP 복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월하게 이뤄지기는커녕 출발점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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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국이 TPP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11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이는 다시 말해 모든 회원국들이 비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이런 이유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TPP 회원국들과 “실질적으로 더 좋은(substantially better)” 협상을 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어떤 한 나라라도 미국과의 협상 조건에 불만을 품게 될 경우 미국의 TPP 복귀는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당초 일본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TPP에 가입한 이유는 미국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얻기 위해서였다. 일부 TPP 회원국들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11개 TPP 회원국들은 TPP 조항 가운데 20개의 시행을 보류키로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식재산권 문제 등 미국 측이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내용들이다. 미국의 재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 조항들의 시행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TPP 복귀는 대가를 지불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망했다. 제프리 숏(Jeffrey Schott)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TPP 11개 회원국들은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미국의 가입은 자동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TPP 복귀를 위해 넘어야 하는 또 다른 장애물은 의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지지기반인 농업지역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난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는 TPP에 가입할 경우 외국의 값싼 농산물들이 미국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존 튠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 공화)은 최근 트럼트 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친 후 “농업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시장의 확대를 원한다. 이를 줄이는 걸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미국 플로리다 주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동에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WSJ은 아베 총리가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TPP 복귀를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PP를 통한 다자간 무역협상에 공을 들여온 아베 총리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치중을 해 왔다.

미국의 TPP 탈퇴 전 일본은 미국이 수입산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수용했었다. WSJ는 미국이 TPP 재가입 협상을 재개할 경우 쇠고기와 유제품, 쌀 등 미국산 농산물 수출 시장을 넓히기 위해 일본시장 개방 확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미국의 TPP 복귀를 바라는 일본이 TPP 재가입 협상에서 상당한 양보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TPP를 중국에 맞서는 “보다 강력한 균형추(a stronger counterbalance)”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남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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