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주식 매도하지 말라는 지시 무시하고 처분
삼성증권도 골든타임 놓친 후 직원 계좌 거래 막아
허술한 주식 거래 시스템 민낮 드러내

사진=뉴시스

지난 6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 사고는 직원의 단순한 입력 실수를 걸러내지 못한 증권사의 허술한 내부 관리 시스템과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허술한 주식 거래 시스템의 민낯이 빚어낸 참사로 드러났다.

삼성증권은 직원들이 주식을 팔기 전 거래를 막을 수 있는 일명 ‘골든타임’을 놓쳤다. 9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배당 담당 직원은 주식이 잘못 배당된 지 1분 만인 6일 오전 9시 31분에 오류 사실을 발견해 팀장에게 보고 했다. 이후 증권관리팀은 오전 9시39분 감사팀, 경영관리팀 등에 전화로 사고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10분 후에는 각 사업본부에 전화로 “직원들에게 배당 주식을 매도하지 말라고 전파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삼성증권은 직원 계좌의 거래를 차단하지 않았다. 대신 업무개발팀이 9시51분부터 5분 간격으로 3차례 개인용 PC에 알림창 형태로 ‘오류로 배당된 주식이니 매도하지 말라’는 짧은 글귀의 공지만 띄웠다.

직원 계좌의 거래를 막은 것은 골든타임을 놓친 오전 10시 8분이었다. 실수를 인지한 지 37분이 지난 시점이다. 삼성증권 16명은 오전 9시35분부터 10시5분까지 주식을 매도하면서 500만 주 이상이 시장에 풀려 주가가 급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회사의 ‘매도금지’ 공지를 묵하고 주식을 처분한 직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다. 첫 공지가 내려온 9시 45분 뒤 9명, 개별 알림창 공지를 받은 9시 51분 후에도 6명이 주식을 팔았다.

또 배당된 주식을 매도한 직원 16명 가운데는 영업부서 팀장급과 투자자에게 기업과 시장 분석 내용을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대다수의 직원들이 거액의 주식이 들어온 계좌를 확인한 뒤 회사에 오류를 신고하는 동안 자신들의 배불리기에 급급했다.

주식을 팔아치운 직원 16명은 9일 나머지 주식을 다시 사들였다. 하지만 매매 차손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100억원을 넘었다. 삼성증권은 이 손실액만큼 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문제점도 노출됐다. 현행 시스템체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을 배당할 땐 일반 주주와 달리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는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우리사주 배당소득은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입고하게 되어 있다”면서 “이로 인해 실제 배당되지 않은 주식이 착오로 배당될 수 있는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배당 오류가 삼성증권 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똑같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리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한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제야 전 증권사와 한국거래소, 예결원 등 유관기관의 주식 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금감원의 피해자 구제 조치 요구에 따라 9일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18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삼성증권은 6일 마감 당시 주가와 매도 시점 주가의 차이만큼의 손실액 전액을 보상할 방침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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