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처는 그대로…한도만 늘려 ‘유명무실’
박정호 사장 ‘고객가치혁신방안’ 허울 그칠 수도

사진=뉴시스

SK텔레콤이 멤버십 사용 한도를 철폐했지만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당 사용할 수 있는 한도는 늘어날지 몰라도 멤버십 사용처에는 변화가 없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강조한 ‘고객가치혁신방안’이 허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멤버십 서비스의 연간한도를 없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 번째 이동통신(MNO) 혁신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멤버십 등급별로 연간 할인한도를 VIP(무제한)·골드(10만점)·실버(7만점)·일반(5만점) 형태로 제공했다. 예를 들어 연간 할인한도가 5만점인 ‘일반’ 등급 고객이 롯데월드 자유이용권(5만5000원)을 1회 40% 할인받으면 2만2000점이 차감돼 남은 한도 내에서 사용하는데 부담이 컸다.

즉 VIP 등급을 제외한 고객은 연간 할인한도 차감 때문에 자유롭게 멤버십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반면 앞으로는 잔여 할인 한도를 확인할 필요 없이 멤버십 제휴 할인을 맘껏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SK텔레콤의 개선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전체적인 멤버십 사용처를 늘리지 않는 이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은 멤버십 할인한도 확대보다 사용처 확대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고객이 얼마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도를 늘리는 게 아니라 할인이 늘어야 실질적인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지급된 포인트의 59%가 사용되지 못한 채 소멸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밝힌 고객가치혁신방안도 단순한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의 소비자가 보편적인 혜택을 바라는 상황에서 이번 멤버십 개선안과 비슷한 골자의 방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모든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 이용자 친화적인 정책이라 생각한다”며 “실질적인 요금할인을 미룬 채 소비자들이 공감하기 힘든 정책으로만 일관할 경우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올해 총 8개의 개선안을 발표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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