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급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내
고급스러움 뒤에 숨겨진 ‘질주본능’
다소 좁은 뒷좌석 ‘옥에 티’
D세그먼트 최강자 자리 차지하나

사진=이건엄 기자

제네시스 G70이 벤츠와 BMW 등 독일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D세그먼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반년이 지났다. 쟁쟁한 경쟁 모델이 즐비한데다 국내에선 수요가 높지 않은 콤팩트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순항 중이라는 평이다.

제네시스에게 있어서 G70이 주는 의미는 실질적인 ‘첫 차’라는 데에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이후 첫 출시한 고유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제 형벌인 G80은 ‘현대 제네시스’, EQ900은 ‘현대 에쿠스’로 출시된 이력이 있지만 G70의 경우 분리된 브랜드에서 첫 출발했다. 그만큼 제네시스 측에서도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단 얘기다.

사실 G70은 출시 초기부터 우려가 많았던 모델이다. 경쟁차량에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 등 이미 쟁쟁한 상대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었고, 가격 또한 프로모션을 포함할 경우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G70은 렉서스가 그랬던 것처럼 경쟁 브랜드의 한 체급 높은 차량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고급스러움과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극복해 냈다.

이번 시승을 통해 G70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생각보다 크다’였다. 분명 재원상 크기로는 현대차 아반떼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오는 위압감 때문에 그 이상의 아우라를 풍겼다.

G70은 EQ900이나 G80에 비해 더 동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제네시스 패밀리룩을 따라가지만 세심한 부분에서 차별성을 뒀다. 엔진을 가능한 뒤로 배치한 롱후드와 로우루프, 쇼트 테일로 이루어지는 라인은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정제성을 가장 먼저 각인시킨다.

전면부는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인 크레스트 그릴이 그물 형태로 큼지막하게 들어갔다. 헤드라이트의 경우 기존에 제네시스와 현대차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Y자 형태의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돼 G70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측면부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전면 범퍼에서부터 이어진 부메랑 모양의 에어 커튼이다.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해 보다 날렵한 주행에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 G70이 추구하는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자동차 강판 기술의 발전을 한 눈에 보여 주듯, 간결하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라인이 한껏 멋을 더했다. 여기에 크롬으로 장식된 도어 손잡이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측면부에 포인트를 줬다.

후면부는 둘째 형 격인 G80보다는 큰형 EQ900과 유사해 보인다. 양쪽으로 치켜 올라간 LED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가 강인한 인상을 주고 이와 함께 올라간 트렁크 리드 역시 날렵한 인상을 심어준다. 마치 엉덩이를 치켜세운 듯한 범퍼는 당장이라도 앞으로 튀어 나갈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사진=이건엄 기자

실내로 들어오면 G70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퀼팅 패턴의 시트와 가죽 도어, 스티치로 마감된 스웨이드 천장 등을 보면 누가 봐도 럭셔리 브랜드라는 것을 한 눈에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경쟁상대인 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보다도 확실히 우위에 서는 부분이다. 눈에 보이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에게는 G70이 주는 만족감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트는 나파 가죽이 사용돼 단단한 편이다.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G70의 특성상 운전자의 몸을 고정 시킬 필요가 있는데 적절해 보였다. 여기에 인체공학 디자인이 적용돼 어깨와 허리부분을 꽉 잡아줘 흔들림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3 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크기로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조작 버튼 역시 큼직하고 유격이 없어 사용이 편리했다. 현대차가 가장 잘하는 부분인 만큼 이용자가 큰 불편을 느끼기 힘들어 보인다.
플로팅 타입 8인치 디스플레이 밑으로는 공조장치 및 온열시트, 통풍시트 등을 조작하는 3개의 다이얼과 입체적인 스위치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다. 스포츠 그립 스티어링 휠은 이 차가 운전 재미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예고해준다.

어라운드뷰 모니터(AVM),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주행 중 후방 영상 디스플레이, 에코 모드 시 특정조건에서 변속기를 자동으로 중립화해 실주행 연비를 높이는 ‘에코 코스팅 중립제어’. 전자식 변속레버(SBW) 등 고급차에 들어갈 만한 편의사양은 모두 담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2열 공간이 지나치게 희생됐다는 것이다. 분명히 현대차 아반떼 보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100mm이상 길지만 후륜구동이 적용돼 체감상 더 좁게 느껴졌다. 1열 좌석을 뒤로 조금만 밀어도 뒷좌석의 레그룸이 부족했다.

사진=이건엄 기자

본격적으로 시승을 위해 엔진 스타트 버튼에 손을 올렸다. 시승 차량은 3.3 가솔린 터보 최상위 트림인 슈프림 4WD 모델로 G70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모델이다. 최고출력 370마력과 최대토크 52.0kgf.m의 동력 성능을 갖춘 V6 터보 GDI엔진과 자동8단 변속기가 맞물렸다. 이번 시승은 인천과 군산을 왕복하는 470㎞ 구간에서 이뤄졌다.

천천히 시내를 빠져나간 뒤 고속도로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자마자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엑셀을 깊게 밟았다. 계기판이 강렬한 붉은색으로 변한 것을 감상한 것도 잠시, 순간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피가 쏠리는 ‘중력’을 경험했다. 그만큼 빠르게 튀어나갔고, G70의 성격이 어떤지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또 터보엔진임에도 불구하고 터보랙 없이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반응이 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VGR)과 전자제어서스펜션(ECS) 덕분에 빠르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높은 속도 때문에 긴장은 됐지만 불안하지 않아 오히려 자신감이 붙었다. 낮게 설계된 차체와 높은 에어로다이나믹을 구현한 덕분에 고속 주행에서도 뛰어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첨단운전보조시스템도 발군이었다. 높은 신뢰도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CC)와 차선유지장치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도로 굴곡에 따라 핸들이 자동으로 꺾이고,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자 스스로 속도를 조절했다.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시대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었다.

사진=이건엄 기자

배기량이 3.3ℓ인 만큼 연비는 좋지 않았다. 실제 트립컴퓨터에 표기된 연비는 ℓ당 9.9㎞로 대부분이 고속도로 주행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공인 복합연비(ℓ당 8.6㎞)에 비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사실 이정도의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차를 구입하면서 연비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큰 단점은 아니다.

제네시스 G70이 다른 수입 콤팩트 세단에 비해 가지는 강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같은 가격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급스러움, 다른 하나는 높은 퍼포먼스다. 가장 대표적인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만큼은 G70보다 부족한 면이 많다. 또 퍼포먼스의 경우도 3시리즈와 C클래스 모두 고성능 모델이 없기 때문에 국내시장 한정으로 실질적인 경쟁이 되질 않는다. 즉 G70을 두 모델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먼 미래에는 D세그먼트의 최강자 자리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

한편 제네시스 G70의 가격은 ▲3.3 가솔린 터보 4490만~5180만원 ▲2.0 가솔린 터보 3750만~4295만원 ▲2.2 디젤 4080만~4325만원이다.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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