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 새노조 위축된 이사회
안건 통과됐지만 반대 목소리 여전
막무가내식 의견 표출에 눈살 찌푸리기도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 36회 KT주주총회가 진행됐다. 사진은 주총장 앞에서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는 KT 새노조 조합원. 사진=이건엄 기자

KT 주주총회가 올해에도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힘겹게 치러졌다. 황창규 회장의 퇴진을 외친 새노조와 경호원들과의 물리적 대치 등 이전 주총들과 비슷했다.

특히 ‘상품권깡’ 사건으로 황 회장이 궁지에 몰린 탓에 새노조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졌고, 황 회장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안건으로 올라온 5가지 사안은 모두 통과됐지만 황 회장의 앞날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제3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제36기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제36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 대비 200원 증가한 주당 1000원으로 확정됐다.

황 회장은 “KT는 평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데 이어 내년 3월 5G 서비스 상용화를 완벽하게 이뤄내겠다”며 “5G뿐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플랫폼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사진=KT

하지만 이날 주주총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주총 시작 전부터 KT연구개발센터 앞에 모인 KT 새노동조합이 황 회장의 연임과 안건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주총이 시작된 이후에는 의장을 맡은 황 회장을 향해 ‘황창규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주총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심지어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다른 주주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분위기는 안건을 통과 시킬 때마다 악화됐다. 황 회장이 의장으로서 수차례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주총장 좌석 위로 올라가는 등 불난 집에 부채질한 상황만 연출됐다.

여기에 이번 주총에서 가장 큰 안건으로 여겨졌던 KT 지배구조 개편이 통과되자 새노조의 반응은 더욱 격앙됐다. KT는 이번 주총을 통해 기존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CEO추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 및 이사회로 분산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심사→회장후보 확정’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회장후보군을 조사 및 구성하도록 했으며,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명시했다.

이에 새노조는 CEO추천위원회의 권한이 이사회에 넘어가는 것 이상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이들은 이사회와 CEO의 유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주총에서 사측과 한 판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실 이번 주총은 ‘KT 불법 정치후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황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직후 열린 터라 새노조의 목소리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계속해서 황 회장 퇴진을 외친 새노조인 만큼 이를 기회삼아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날 주총에 참여한 한 주주는 “새노조의 막무가내식 의견표출로 주총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이같은 소동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건엄 기자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에 따라 3개 목적사업이 추가됐다. KT가 집중 육성하는 5대 플랫폼 중 하나인 스마트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전기안전관리 대행업과 종합건설업을 목적사업에 추가됐다, 미디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디자인업을 목적사업에 포함시켰다.

KT 이사회는 “이번 정관변경의 핵심은 회장 및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으로, 지난 1년 동안 지배구조위원회를 중심으로 선진사례 벤치마킹, 전문가 의견청취, 주주간담회 의견수집 등을 통해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부단히 모색해 왔다”면서 “이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진일보한 것으로 세계 최고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의 찬성의견으로도 입증됐으며,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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