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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벌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총수 일가의 사내이사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슈퍼 주총데이’인 오는 23일 롯데그룹과 효성그룹, 한진그룹, 현대산업개발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셀트리온그룹 등이 오너 2~3세를 계열사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총수 일가의 사내이사 등재는 물려받은 지분으로 밖에서 편하게 잇속만 챙기던 오너 2~3세들에게 책임경영을 강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나 회사의 이익보다는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를 위한 결정을 내릴 위험성이 높아지고 후계 승계와 재벌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도구로도 쓰이곤 해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슈퍼 주총데이에 현대백화점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온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우 현대백화점 지분 17.09% 외에 현대그린푸드 지분 12.67%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기업체 단체급식 업체로 전체 연결 기준 매출액 중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년 평균 약 12.4%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서스틴베스트는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 및 그 계열사로부터 일감몰아주기의 수혜를 입은 계열사일 가능성이 있으며 정 회장은 이같은 거래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면서 “현대그린푸드의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자들에게 반대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셀트리온과 대한항공, 현대산업개발 등의 총수일가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부당내부거래’를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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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셀트리온의 일감몰아주기가 문제가 됐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69.66%를 보유 중이며 셀트리온 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 96.66%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로 서 회장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셀트리온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은 과거 기업용 전산망 구축업체 유니컨버스와 인터넷 통신판매 중개업체 싸이버스카이의 지분을 각각 38.94%, 33.33% 보유했던 전력이 지적받았다.

이들 회사는 대한항공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이 70~80%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몰아주기로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가 법정공방을 벌인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올라온 정몽규 회장도 최근 10년간 다수의 공정거래법 위반과 28.9%의 지분을 보유 중인 아이콘트롤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 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스틴인베스트는 조현준 회장 및 조현상 사장의 효성 사내이사 재선임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서는 ‘위법행위’를 들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신 회장은 익히 알려진대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공여죄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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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경우 회사자금을 횡령해 미국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로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9억7750만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으며, 2016년 1월에는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올해 1월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동생 조 사장은 미국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해 2012년 9월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5억2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다른 의결권 자문기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도 현대백화점, 셀트리온, 롯데쇼핑, 효성, 대한항공 등의 오너 2~3세 사내이사 선임건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반대 의견을 권고한 상태다.

이왕겸 서스틴베스트 이사는 “지금은 기업들의 규모도 커지고 경영권도 창업주에서 오너 2~3세로 많이 상속돼 내려오다보니 개인별로 보유 지분 자체가 많지는 않다”며 “그런 면에서 일단 오너 2~3세들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일가의 사내이사 선임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지분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에 내부거래가 악용되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는 것”이라며 “이는 후대로 지분 승계가 이뤄질수록 더 교묘해질 수 있는 문제여서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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