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가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보장내용이 무엇인지 이고, 다른 하나는 보험료가 얼마인지 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험금 수령자인 수익자를 지정하는 것이다.
수익자는 보험을 가입할 때 청약서의 수익자 란에 기재하여 지정하게 되는데, 대부분 ‘법정상속인’으로 기재한다. 2014년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의하면 전체의 80%가 넘는 계약이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법정상속인으로 기재하면 일단 안심이고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해서 나중에 피해 보는 사례가 종종 발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A씨의 딸은 남편 B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다 이혼했다. A씨는 남편 없이 고생하는 딸을 위해 저축성보험을 가입해 줬다. A씨가 보험료를 내고 딸을 피보험자로, 딸이 사망할 경우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A씨는 외손자를 위해 보험금을 수령 하려고 했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B에게 지급했다. 부부가 이혼했더라도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권자는 부친이라며 사위가 외손자를 대리해 보험금을 받은 것이다.
#C는 D와 결혼한 뒤 생명보험을 가입하면서 보험수익자를 D로 지정했다. 그러나 안타깝게 이혼하게 됐고, C는 E와 재혼했다. 하지만 얼마 뒤 C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그런데 사망보험금은 현재의 아내 E가 아닌 전처 D가 수령했다. C가 이혼하면서 보험수익자를 E로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2010.3.26)으로 안타깝게 희생된 장병의 보상금을 이혼한 뒤 연락이 끊긴 친모가 27년 만에 홀연히 나타나 청구했다는 기사가 있었고,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2014.2.17)로 희생된 학생의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오래전 이혼해서 양육하지도 않은 모친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기사가 보도된 일도 있었다. #또한 세월호 참사(2014.4.16)에서도 오래전 헤어진 가족이 보상금을 노리고 나타난 경우가 세간에 알려져 공분을 산 일도 있다.
이처럼 헤어진 가족이 보험금을 노리고 나타나는 사례가 반복되는 있는데, 그 이유는 현행법상 사망자의 보상금은 배우자, 자녀, 부모의 순으로 상속되기 때문이다. 다만,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미혼자는 부모가 상속자가 된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혼한 부부가 보상금 때문에 숨진 자녀를 두고 법정에 서는 일이 발생되고 있지만, 정작 이와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 된 적은 없다.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이 아닌 특정인으로 지정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해야 보험금 관련 분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두고 법정상속인끼리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보험을 가입한 후 이혼이나 사망 등 불가피하게 가족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당초 예상치 못한 분쟁이 발생될 수 있다. 법정상속인 이 여러 명이면 그 순위에 따라 보험금을 분할해서 받게 되므로, 계약자가 원치 않았던 사람에게까지 보험금을 분할 지급해야 한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피하려면 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낫다.
다른 하나는, 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하면 보험금을 간편하게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익자는 피보험자의 사망진단서, 보험증권, 수익자 신분증 등 간단한 서류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법정상속인으로 지정돼 있고 다수일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제적등본, 법정상속인 모두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복잡한 서류를 추가로 준비해야 하므로 번잡스럽고 불편하다.
물론. 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한다고 끝이 아니다. 보험 가입 후에도 수익자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생이나 사망, 결혼이나 이혼 또는 재혼과 같이 가족관계에 변동이 있을 때 보험수익자를 다시 상황에 맞춰 명확히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혼한 부부는 갈라선 후 또 다시 싸우게 되는데, 이혼할 때 재산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의 수익자를 바꿔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계약자, 피보험자도 함께 따져서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이혼한 뒤에 다시 껄끄럽게 만나야 하고 만나서 또 싸워야 한다.
보험사나 보험설계사들은 사업비(수수료) 많은 보험상품의 판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수익자 지정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보험가입자들이 억울하게 피해 보지 않도록 청약서 작성 시 수익자를 특정인으로 지정하도록 세세히 안내하고, 보험 가입 후에도 상황에 맞춰 수익자를 명확하게 정리하게 해야 한다. 이런 것이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