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한테 듣는 혐오 표현
소극적인 학생의 탓? 학교 측의 태도
인권 교육의 토대 만들기 및 소통의 중요성 인식

지난 9일 ‘동덕여대 대나무숲’에 하나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A교수가 전공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여성 혐오, 장애인 비하, 미투 운동 비하 발언 등을 가감 없이 했다는 것이다. “성희롱 당했을 때 적당한 건 상대가 좋으면 됐으니까 참아라”, “폐경 오면 장애인이다” 등 내용의 충격적인 발언이다. 특히 여자 교수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었다.

동덕여대 '대나무숲'에 올라온 A교수에 대한 글

A교수는 현재 한 과목만 강의 중이다. 그의 과목은 세계 무대로 진출할 고급여성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수업이다. 그러나 여자 교수가 여학생들을 상대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이다. 본지 조사 결과, A교수의 비하 발언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혐오 발언 교수’로 인식됐으며, 교수의 수강 후기에는 ‘수업시간에 정치적 치우침이나 여성 인권문제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은 분은 진짜 듣지 마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실제 수강생들이 강의 평가에 문제의 발언들을 지적하며 시정을 요청한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되는 강의 평가는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A교수는 최근 커뮤니티에 본인의 이야기가 올라간 걸 알고 수업시간에 “내가 한 말 또 **(커뮤니티)에 올릴 거야?”라는 발언을 했다. 또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피했다. 본지가 이메일을 통해 몇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A교수는 무반응으로 대응했다. 특히 A교수는 일방적인 수신 차단 등 해당 문제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A교수의 강의평가 내용

동덕여대 홍보실 관계자는 “학생들이 정식 항의를 한 적도 없고 민원이 따로 접수된 것도 아니다”라면서 “단순히 인터넷 상에서 화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위 사안에 대한 조사를 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일반적으로 전국 대부분의 대학교 안에는 인권센터가 있다. 인권센터에서는 교내외 인권 침해 문제 전반에 대해 상담도 하고 인권 교육도 진행한다. 하지만 동덕여대는 인권센터 대신 학생상담센터 아래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상담 접수를 받으면 전문가가 학생과 상담을 진행하고 피해가 심각한 경우 성윤리 위원회에 회부시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상담 접수가 피해자 본인 혹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은 타인으로 국한되어 이를 꺼려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상담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성윤리 위원회까지 회부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성희롱·성폭력 상담실 측은 “매 학기 성희롱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교육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동영상 및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교육은 대부분 ‘남녀 간의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여대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희롱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A교수의 발언은 여자들 사이에서 오갔더라도 명백한 성희롱에 속한다. 그러나 이를 성희롱으로 인식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희진 인권침해예방활동연구소 대표는 “동영상 강의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며 “직접 전문가를 초빙해 성희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덕여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학내 인권센터 설립이다. 이번 A교수의 발언은 성희롱을 포함한 여성·장애인 비하 등 전반적인 인권 침해 문제를 안고 있다. 단순 ‘성희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인권센터의 부재조차 알지 못했다. 18학번 새내기라는 B양은 “다른 학교에는 다 있는 데, 우리 학교만 없다니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인권 침해를 입으면 어디를 찾아가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역시 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학생회 측은 “인권센터 설립을 학교 측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A교수의 발언을 포함해 다른 학과 교수들의 발언들도 연달아 문제가 되면서 동덕여대는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여기엔 미투 열풍 속에서 그동안 참고 묻어두었던 것들을 표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의지가 반영됐다. 동덕여대의 인권센터 설립은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 침해에 대해 더이상 참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풍토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이는 평소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자만이 본인에게 가해진 인권 침해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덕여대의 많은 학생들은 본인의 문제를 타인에게 드러내길 꺼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제대로 된 기관도 없고 학생들끼리의 소통 역시 부재한 탓에 학내에서 인권 침해를 당해도 공론화시키지 못했다. 대신 학생들은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대나무숲에 감정을 표출해왔다.

A교수의 발언 역시 대나무숲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었지만 현실에서는 공론화되지 못했다. 쉽게 개선될 것 같지도 않은 데다 혹시나 입게 될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에서는 동덕여대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피해를 제보할 수 있는 익명 소통 창구를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다음 주 중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해 해당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양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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