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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 선출에 CEO가 참여하고, CEO 후보군에 대한 제대로 된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는 등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운영실태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반영하기 위한 일환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9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를 서면으로 점검하고 이 중 농협과 메리츠, JB 등 3개사에 대해 우선적으로 현장점검을 했다. KB와 하나 등 나머지 6개사에 대해서는 이달 말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그 결과 과거부터 지적돼 왔던 지배구조 문제점이 여전히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사외이사 선임 절차다. 사외이사는 주주를 대변해 CEO의 활동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사외이사 후보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대부분의 금융지주사 CEO가 참여하고 있었다.

이는 씨티그룹, HSBC, 바클레이 등 글로벌 금융회사가 CEO의 사추위 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사외이사가 CEO의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그동안 사추위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수용하면서 지난달 사추위에서 빠졌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시 주주나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하지 않고, 활용하더라도 비중이 매우 적은 등 추천 경로가 다양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사외이사의 책임과 권한 또한 낮은 수준이어서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에게 경영정보 등을 분기당 약 1회 제공하고 있지만 경영전략, 위험관리 등 중요 의사결정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제공했다.

금융지주사가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문을 사외이사에게 요청하거나 반대로 사외이사가 중요 경영현안 관련 자료나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연임의 근거로 활용되는 사외이사 평가결과는 대부분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의 역할이 미흡하기도 했다.

이사와 경영진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평균 2.6개 위원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적인 감사기능 수행에 한계로 작용했으며, 이사회 지원은 별도의 사무국이 아닌 경영지원부서 소속 일부 직원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사회와 이사회 내 위원회 의사록은 상세하게 작성되지 않아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이뤄졌는지 확인도 불가능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우수한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잠재적 CEO 후보군을 선정해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해야 하지만 이러한 CEO 후보군에 대한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미비한 곳도 있었다.

CEO 경영승계 절차가 글로벌 금융회사와 비교해 늦게 진행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국내의 경우 보통 CEO 임기 만료 40일 전에 관련 절차가 개시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는 장기간 연속된 검증을 통해 최적합자를 선정했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 발견된 문제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반영하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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