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79대 판매…“상반기 재고물량 처리 때문”
중고차 가격 하락과 AS 품질 저하 우려도
유럽서도 피아트·크라이슬러 축소 본격화

피아트·크라이슬러가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얘기가 해당 딜러들로부터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FCA코리아 측에서는 여전히 철수를 부인하고는 있지만 신 모델 미출시와 0에수렴 하는 판매량에서 보듯 불길한 징조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본 고장인 유럽에서도 판매설이 제기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시장 철수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파이낸셜투데이가 서울·경기에 위치한 피아트크라이슬러 매장 5곳에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딜러들은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브랜드 철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다.

강서지점의 한 딜러는 “지난해 피아트 차량 파격 할인 이후 국내에 차량을 들여온 기억이 없다”며 “지프 브랜드 강화 조치로 대부분의 전시장이 지프 전용 매장으로 탈바꿈 하고 있는 와중에도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에 대한 계획은 전혀 내려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로부터 피아트 차량에 대한 문의가 오더라도 철수했다는 이유로 돌려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지난해 하반기 총 79대로 상반기(1173대) 대비 93.3% 감소했다. 특히 피아트의 경우 하반기 내내 7대라는 처참한 판매고를 올렸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대대적인 할인을 통해 철수 전 재고물량을 털어낸 결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판매 최전선에 있는 딜러들이 철수를 단정 짓고 있다 보니 기존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가 철수할 경우 중고차 가격 하락은 물론 향후 사후관리(AS)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GM의 경우도 철수설에 힘을 받으면서 쉐보레 차량 전반에 걸쳐 가격 하락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안 그래도 감가가 심한 수입차의 경우 브랜드 철수가 확정될 경우 파급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피아트·크라이슬러의 경우 최신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외면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철수 가능성도 배제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지프가 서울 염창동에 전용 전시장을 새로 개장했다. 이는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지프 전용 전시장이다. 사진=FCA코리아

더욱 문제는 한국이 아닌 본고장 유럽에서도 피아트크라이슬러 브랜드 철수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유럽 자동차 전문지 ‘AUTO.CZ’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전통적인 이탈리안 브랜드는 후퇴하고 지프를 위한 더 많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유럽에서 피아트 500시리즈의 힘에 의지해 성장해 왔지만 지금은 피아트 브랜드 자체의 중요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FCA)의 콤팩트 차량 판매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판매 마진이 낮은데다 (소형SUV와 같은) 경쟁력 있는 분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FCA코리아에서는 이같은 철수설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수요에 맞는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입장이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물량이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차량을 들여오지 않는 것은 라인업을 재구축하기 위함”이라며 “당분간은 지프 브랜드에 집중하면서 향후 국내 수요에 맞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차량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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