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해 기자.

혈세로 연명해오면서 정작 돈은 벌지 못하던 두 회사가 사실상 정리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가 부실에 시달리던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로, STX조선은 특단의 자구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그간 두 회사의 연명을 위해 투입된 12조원의 대부분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떠안았다. 국민 세금이다.

그러나 성동조선은 여전히 완전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실사에서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를 3배 뛰어넘었다. STX조선도 마찬가지다. 8조원의 금융지원을 받았음에도 회생의 기미가 없는 것은 여전하다. 지난해 9월 기준 당기순손실은 900억원을 넘긴다.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새살로 채워야 했지만, 혈세로 덮여 가려졌고 결국 완전히 썩어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지난 8일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돈줄을 끊겠다고 발표한 것은 다소 늦긴 했지만 환영할만한 결정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가 우선시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결정은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밑 빠진 독에 혈세를 그만 붓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GM과 금호타이어, 현대상선, 대우건설 등 현안이 수두룩하다. 지난 정권시절 12조원을 넘게 쏟아부은 대우조선해양 문제도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영업해서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은 최근 6년 동안 30%나 급증했다. 부실기업이 돼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관리를 받는 기업도 100곳을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6조7233억원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때가 중요하다. ‘명분과 근거없는 자금지원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제시한 만큼 혈세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들에게 억지로 달아 놓은 ‘산소호흡기’를 떼어내야 할 시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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