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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에도 반도체 업황 우려로 주춤하던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완연한 반등 흐름을 띠고 있다. 7일 삼성전자는 240만선을, SK하이닉스는 8만원선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3만1000원에 마감해 전일대비 8만원(3.40%) 올랐다. 전일(4.03%)에 이어 이날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300원(0.36%) 상승하며 8만2700원에 종료, 지난 2일부터 4거래일째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지난해 12월 20일(8만100원) 이후 2개월여 만에 8만원대를 되찾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각각 287만6000원(2017년 11월 2일), 9만300원(2017년 10월 11일) 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 10~11월부터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정점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띠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부터 코스피 시총 1, 2위인 이들의 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 5일(현지시각) 올 1월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376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동월(306억 달러)보다 22.7% 증가했다고 발표하며 우려를 덜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SIA는 또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된 반도체 매출이 올해도 강한 호조세로 시작했다고 평했다.

또 전날 골드만삭스는 SIA 발표를 반영해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고, JP모건은 “최근 산업지표가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건강하다는 점을 확인해줬다”라며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한 보고서를 냈다.

국내 증권사들도 반도체 업황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D램 가격은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며 낸드 가격 하락은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와 달리 반도체는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D램 업황의 개선 추세가 지속되며 업체들의 실적 역시 올 4분기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증설로 공급 과잉 우려가 촉발됐는데 지금은 공정의 효율화 및 정교화 증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된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관성적 의구심을 지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하게 드러내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에 미칠 우려가 높지 않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인텔 등 미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고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인해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전망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가 2분기에 D램 가격 상승, 낸드의 수요 개선, 갤럭시S9의 판매 호조 등으로 올 2분기 매출 65조9000억원(전년동기비 26%↑), 영업이익 16.4조원(16%↑)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이 당초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며 “2분기에는 OLED를 제외한 전 부문이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부분은 골칫거리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모바일 부문과 달리 디스플레이 부문이 해외 거래선 물량 감소로 크게 부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비 4.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35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김운호 연구원은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당분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되고 분기별 영업이익이 1분기를 저점으로 개선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지난달 27일 기존 9만2000원에서 10만1000원으로 상향했다.

김장열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10월 최고점 9만원 돌파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는 올 1월 말 4분기 호실적 발표 이후 점진적으로 바닥 잡기가 이루어지고 반등세로 전환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버 D램 수요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서버 D램 수요는 전년비 40%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진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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