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능력치를 ‘랜덤’으로 뽑는 변신 시스템
VIP시스템 도입으로 형평성 문제
현재 과금모델 고착화 시 ‘그들만의 리그’ 우려도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아이온이 부분유료화로 전환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정액제 시절보다 유저들의 유입이 늘었지만 가장 우려됐던 사행성 아이템 범람이 현실화 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 모바일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차등 유료 아이템, 일명 ‘VIP’시스템 도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이온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단기간 내의 매출 회복을 위한 수익모델 도입이 아닌 게임의 질적 향상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17일 ‘REFLY’ 업데이트와 함께 정액제로 운영됐던 아이온을 부분유료화로 전환했다. 떨어진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용료로 인한 진입장벽을 허물어 새로운 유저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부분유료화 및 프로모션 등의 효과로 일간활성유저(DAU)가 최근의 정액제 시절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신규, 복귀유저 유입이 지속되는 만큼 실적 향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아이온은 2008년 출시된 이후 2010년 261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엔씨의 주력 게임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난해 1분기 132억원, 2분기 108억원, 3분기 101억원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과금 모델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된 부분은 ‘변신’과 모바일 MMORPG를 연상시키는 VIP 시스템이다. 변신 시스템에서 획득할 수 있는 변신의 등급에는 일반과 상급, 고대, 전설, 궁극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카드는 합성할 수 있고, 궁극 변신 카드는 합성으로만 획득할 수 있다. 문제는 월등한 능력치를 부여해주는 부분에서 게임 밸런스를 헤칠 수 있다는 점과, 랜덤으로 뽑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자칫 사행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VIP’시스템인 ‘데바 멤버십’도 도마에 올랐다. 기존의 정액제 개념인 데바 멤버십은 가입할 시 ‘큐나’를 획득할 수 있다. 또 전투 버프와 인벤토리 확장, 거래중개소 등록 개수 증가 등 다양한 혜택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월등한 전투 버프에 변신카드 획득에 필요한 ‘큐나’를 정기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부분유료화를 통해 유저를 모으고 모바일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과금 모델을 도입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요금제 인하와 게임 콘텐츠 확장 등을 통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온라인게임 순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부분유료화 직후(1월 4째주 기준) 게임메카 집계 기준 아이온은 5계단 상승한 8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11개월만에 탑10에 진입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난 현재(2월 3째주 기준) 12위로 떨어지면서 정액제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즉 부분유료화 전환으로 게임을 그만 뒀던 유저들과 호기심을 가진 유저들의 유입으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액제가 물론 진입장벽을 높여 신규 유저들을 막은 것은 맞지만 아이온의 가치를 상승시켰던 것도 사실”이라며 “현재의 과금 모델이 고착화 될 경우 현재의 모바일 게임처럼 개인의 노력 보다는 돈을 많이 투자한 사람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고착화 될 수 있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아이온의 기본적인 업데이트 방향이 신규 이용자나 기존 이용자, 휴면 이용자 등 보다 많은 유저들이 아이온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익숙한 이용자들 입장에선 어색할 수 있지만 새롭게 게임을 시작하거나 안했던 분들은 신선하게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저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보강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보강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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