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엔화 가치가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속해 온 일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경우 엔화가 더 강세를 나타내면서 시장금리 상승과 수출 부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통화 정책의 정상화(양적완화 축소) 시점을 당분간 유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것은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이 지속될 것이며, 엔화 강세로 인해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구로다 총재의 연임을 포함한 인사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인사안에는 3월 19일 임기가 끝나는 나카소 히로시 부총재 후임으로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이사와 와카타베 마사즈미 와세다대 교수를 임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이번 인사를 ‘비둘기적’ 통화정책 유지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26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단 3명만이 중앙은행이 현재까지의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엔·달러 환율은 연초 달러당 112~113엔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 16일 105.55엔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16년 11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외환·금융 당국은 갑작스런 엔화 강세에 놀라 대책 논의를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106.34 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6일에 비해서는 엔화 가치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6%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중앙은행이 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다. 비둘기파인 구로다 총재는 경기 부양에 무게를 실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목표치를 0% 대로 유지해 왔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일본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과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최근 엔화 가치 급등으로 인해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늦춰지는 분위기다.

타케다 아츠시 이토추(Itochu) 상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의 급격한 상승으로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 목표치 상향 조정이 지연될 수도 있다”며 “엔·달러 환율이 100엔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 완화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지원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