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미국이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폭탄을 안길 경우 이는 중국경제에 직격탄을 안길 뿐 아니라 전 세계 무역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뿐 아니라 한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의 동맹국들과도 무역전쟁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CNN머니는 미 상무부의 철강 수입 규제 대상국가 리스트에는 중국 뿐 아니라 한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이 담겨 있다면서 만일 백악관이 이들 국가들을 제재하는 고율의 관세를 안길 경우 그 충격파는 전 세계 무역체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본격적인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16일 미 상무부는 철강 수입 규제 방안을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미 상무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브라질·코스타리카·남아공·이집트·터키·중국·인도·말레이시아·한국·러시아·태국·베트남 등 12개 국가에 53%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방안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중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이들의 조합, 혹은 이와는 별개의 다른 제재 조처를 오는 4월 11일 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무역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이런 제재 조처들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과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맷 골드 포드햄대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WTO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규제 조처들을 강행할 경우 다른 나라들도 이에 맞대응하는 보복 조처들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만일 미국이 세계 무역 규정을 크게 위반한다면 이는 세계 무역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는 캐나다다. 지난해 12월 미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철강 중 16%가 캐나다산이며, 브라질과 한국이 각각 13%와 10%로 대미철강수출 2위와 3위, 이어 멕시코와 러시아가 모두 9%씩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CNN머니는 백악관이 만일 모든 철강 수입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에도 전 세계 철강업계에 큰 충격을 안길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방안을 택할 경우 중국 뿐 아니라 캐나다와 한국, 멕시코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을 상대로 한 무역보복에 나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수입하고 있는 미국산 농산물을 대상으로 고율의 보복 관세를 매기거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철강 규제에 나선 이유는 미국의 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다.

앞서 지난해 4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철강 업체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무부에 철강제품 수입 제한의 필요성 여부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철강 생산 유지는 우리 국가 안보와 산업 기반 보호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철강은 우리 경제와 국방 모두에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 의존해선 안 되는 영역이다. 덤핑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노동자 보호는 내가 지금 대통령으로서 앉아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무역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수사법)은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서 대선 주자시절부터 중국이 값싼 철강을 세계시장에 덤핑으로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트럼프는 2016년 4월 피츠버그에서 가진 대선 캠페인 연설에서 “중국이 미국에 철강을 덤핑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것이 당신들을 죽이고 있다. 우리의 물건 값이 조금 싸질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는 모든 일자리를 잃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철강 수출국인 중국은 실제로 세계 시장에서 철강 과잉 공급과 이에 따른 가격 저하를 유발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이와 관련한 불만을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대미철강 수출 10대국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국의 지속적인 벌금 부과로 인해 철강 수출 물량을 점점 줄여왔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왕허쥔(王賀軍) 중국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장은 17일 담화를 통해 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보고서에 따른 미국 정부의 조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런 결론에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완전히 사실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이미 대다수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들을 상대로 100건에 달하는 반덤핑관세와 반보조금 쌍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자국 제품에 대한 과중한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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