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설명 ‘전무’…혼란만 가중
일반 전자제품 100Wh 넘는 경우 드물어
“산업용 배터리 아닌 이상 문제 없어”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가 항공기에 반입 불가능한 리튬이온베터리의 기준을 마련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160Wh(와트시)’라는 수치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설명은 없어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이 기준에서 벗어나는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제품들을 통해 와트시를 구하는 방법과 160Wh를 넘어가는 제품은 무엇이 있는 지 알아본다.

국토부는 이달 중 항공운송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주요 내용은 160Wh를 초과하는 보조배터리와 배터리가 장착된 주요 전자기기, 스마트가방은 휴대는 물론 위탁수하물로도 운송이 허용되지 않는다. 160Wh 이하의 리튬배터리는 운송방법에 따라 휴대 또는 위탁 수하물 운송기준이 상이하다.

하지만 국토부가 밝힌 160Wh라는 수치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지 않아 혼란만 더욱 가중됐다는 평가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 매뉴얼에는 배터리 용량과 전압만 나와 있을 뿐 ‘와트시’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와트시는 전력의 단위인 와트(W)와 시간의 단위인 시(h)를 합친 것으로 한 시간 동안 낼 수 있는 전력의 양을 표시하는 단위다.

사실 전압과 배터리 용량만 적혀있는 일반 제품도 공식만 알면 쉽게 와트시를 구할 수 있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전압(V)과 배터리용량을 곱한 뒤 1000으로 나눈 것이 해당 제품의 와트시다. 예를 들어 용량이 2000mAh이고, 정격전압이 5V인 보조배터리가 있다면 해당 제품의 와트시는 10Wh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100% 가용됐을 때 전력량으로 보통 스마트폰을 충전할 경우 70% 정도만 사용되기 때문에 실제 전력량은 이보다 적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보조배터리, 무선청소기 등 리튬이온배터리가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을 통해 알아보면 좀 더 쉽게 이해된다.

사진=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아이디 'wldm****'의 게시물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을 기준으로 했다. 갤럭시노트8의 배터리 용량은 3300mAh, 정격전압은 3.85V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와트시는 12.7Wh인 것을 알 수 있다. 노트북은 LG전자의 ‘2018년형 그램’을 기준으로 했다. 매뉴얼을 통해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알 수 없었지만 72Wh의 전력을 사용한다고 표기돼 있다. 전력을 많이 잡아먹는 게이밍 노트북들도 평균적으로 75Wh를 소모한다.

보조배터리는 ‘샤오미 2세대 보조배터리’를 토대로 계산했다. 이 제품의 경우 배터리 용량은 1만mAh, 정격전압은 5V, 9V, 12V를 지원한다. 이중 가장 높은 12V를 기준으로 샤오미 2세대 배터리가 소모하는 전력량은 120Wh인 것을 알 수 있다.

다이슨사의 무선청소기에 대한 항공기 수하 여부도 해외 직접구매가 늘면서 질문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최신형인 다이슨 V8 카본파이버를 기준으로 배터리 용량은 2100mAh, 전압은 21.6V다. 이를 바탕으로 구한 전력량은 45.4Wh다.

이를 토대로 알아보면 160Wh를 넘는 제품은 시중에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즉 이번 국토부의 발표로 직접적인 제한을 당하는 사례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IT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자기기의 전력량이 100Wh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며 “산업용 배터리를 해외에 가지고 나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소비자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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