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보험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장래 어려운 일이 발생하였을 때 실제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험료로 낼 수 있는 돈(소득, 수입)이 대부분 한정되어 있으므로 보험료를 낭비하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보험을 저렴한 비용(보험료)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래야 현명한 소비자다.

꼭 필요한 보험은 내몸에 맞는 보험이다.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성, 연령)에 적합한 보험을 가입해야 하고, 같은 성, 연령이라도 가입자의 환경적 상황에 맞는 보험을 가입해야 내 몸에 맞는 보험이다.

문제는 보험을 가입할 때 많은 소비자들이 ‘성, 연령에 따라 필요한 보험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소홀히 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성별, 연령별 사망원인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보험도 사망원인에 따라 각각 달라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은 어떤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럴 때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2016년 사망원인 통계)가 도움이 된다. 이 자료는 소비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성별, 연령별로 현재 어떤 사망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장래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려 준다. 이를 통해 나에게 어떤 보험이 가장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1위에서 3위까지는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이고, 그 이하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또한 연령대별 3대 사망원인도 각각 다르다. 따라서 사망 보장을 위해 보험을 가입하려면 성별, 연령별 사망원인에 맞춰 필요한 보험을 파악한 후 우선순위 대로 가입하고, 적정 수준의 보장금액과 보험료로 가입하면 된다.

우선, 성별 10대 사망원인을 살펴 보자. 남자는 악성신생물(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고의적 자해(자살), 폐렴, 간 질환, 당뇨병, 만성 하기도 질환, 운수사고, 추락 순이고, 여자는 악성신생물(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당뇨병, 고의적 자해(자살), 고혈압성 질환, 알츠하이머병, 만성 하기도 질환, 패혈증 순이다. 남녀 모두 악성신생물의 순위가 가장 높았고, 남자의 악성신생물 사망률이 여자보다 1.6배 높다.

다음, 연령별 3대 사망원인을 살펴 보자.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는 자살, 40세 부터는 암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즉, 악성신생물(암)은 1-9세 및 40세 이상에서 1위이고, 30대에서 2위이며, 10대, 20대에서 3위이다. 고의적 자해(자살)는 10대, 20대, 30대에서 1위이고, 40대, 50대 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30대에는 자살, 교통사고와 암을 보장받는 보험이 가장 필요하고, 40대에는 암과 자살, 간질환 보장보험을, 50대 이후에는 암, 심장질환 및 뇌혈관질환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이 가장 필요한 것이다.

암 사망률은 폐암, 간암, 대장암, 위암, 췌장암 순으로 높다. 남자의 암사망률은 여자보다 1.6배 높고, 10년 전에 비해 폐암, 대장암, 췌장암 사망률은 증가. 위암 사망률은 감소하였다. 특히 남자는 폐암, 간암, 위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고, 여자는 폐암, 대장암, 간암 순으로 사망률이 높다.

순환계통 질환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명)은 118.1명으로,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고혈압성 질환 순이다. 순환계통 질환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연령별 사망률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70세 이후 급증한다. 순환계통 질환 사망률은 여자가 남자보다 높다.

사고사 등 사망의 외인 사망률은 자살(25.6명), 운수사고(10.1명), 추락사고(5.1명) 순으로 높다.

사망의 외인 중 10세 이상 전 연령에서 자살이 가장 높다. 정부가 지난달 23일 “오는 2022년까지 국민생명 관련 3대 분야인 ‘자살’, ‘교통안전’, ‘산업안전’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철새설계사가 갑자기 추천한 보험, 회원에게만 특별 판매한다는 텔레마케팅 보험, 상담만 받아도 사은품 준다는 TV홈쇼핑 보험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보험료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인터넷도 홍보용 기사들이 난무하여 진짜를 선별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해서 즉석 가입, 묻지마 가입을 하면 내 몸에 맞지 않아 중도 해지 또는 실효가 된다. 보험은 보험사(설계사)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이므로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 내 몸에 맞는 보험을 신중하게 골라서 가입해야 한다.

보험을 가입하는 목적은 위험 보장이지 저축이 아니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 보장이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사고를 보장 받는 보장성보험을 우선 가입하자. 성과 연령에 따라 내 몸에 맞는 보장성보험을 충분히 가입한 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저축성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고 순서다. 사업비 많이 떼는 보험을 아직도 저축으로 알고 무작정 가입한다면 그는 이미 현명한 소비자가 아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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