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기 수요 줄어들 것…지난해에도 안정화 시기 존재

▲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쇠락한 용산전자상가가 비트코인발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11일 용산 한강로 선인 전자상가 3층에 위치한 한 컴퓨터 상가가 문을 닫은 모습이다. 사진=이건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각종 규제로 암호화폐 열풍이꺾이면서 채굴에 이용됐던 그래픽카드의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채굴기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시장논리에 따라 가격도 같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도 암호화폐 가치가 주춤한 사이 그래픽카드 가격도 안정됐던 시기가 있었던 만큼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19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그래픽카드 인기 제품들의 최저가격이 최근 3개월(2017년 10~12월) 새 약 27~33% 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재고가 부족해 중고 제품도 웃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의 열풍과 관련이 깊다. 암호화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터넷 공간에 있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야 획득할 수 있다. 이를 ‘채굴한다’고 표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컴퓨터 그래픽카드가 필수적이다. 

컴퓨터에서 일반적 연산은 중앙처리장치(CPU)가 담당한다. 하지만 활용 분야가 넓은 대신 단순 계산 용도로 쓰기엔 비효율적이다. 반면 그래픽카드(GPU)는 방대한 단순 계산에 특화돼 있다. 실제로 그래픽카드는 복잡한 연산이나 시뮬레이션, 인공지능 개발 등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도 그래픽카드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런 고성능 그래픽카드 가격은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여서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일반 그래픽카드를 여러 대 쓰는 방식을 활용한다.

채굴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PC 1대당 그래픽카드가 4~6개씩, 최대 8개까지 필요하다. 특히 인기 많은 제품이 ADM 라데온RX 시리즈, 엔비디아의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 ‘GTX 1060’ 등이다.

이에 몇몇 ‘기업형 채굴가’들은 시중에 풀려야 할 수천 개의 그래픽카드를 한꺼번에 구매해 공장형 채굴소를 만들었고 이는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강력한 제제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제로 인해 암호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채굴 채산성도 떨어져 그래픽카드 가격도 같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채굴업체에서 나오는 대량의 중고 그래픽카드는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해 전반적인 가격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암호화폐가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으면서 상승했던 그래픽카드 가격은 신규투자자 유입과 낮아진 채굴성 등으로 인해 다음달인 7월 완만한 하락세로 바뀌었다. 채굴 그래픽카드로 인기가 높았던 ‘지포스 GTX 1060 6GB’ 제품의 경우 지난해 초 30만원 초반대에서 6월 한때 45만원대까지 올랐지만, 7월 25일 기준으로 37만~38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중고나라 등의 장터에서는 이전까지 주로 소량으로 올라오던 채굴용 중고 그래픽카드 매물이 100여개 단위로 올라오는 경우도 증가한바 있다.

PC부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유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하락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향후 채굴용 그래픽카드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경우 그래픽 카드 가격이 소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채굴로 얻는 암호화폐로는 차익을 내기 힘들게 된다면 채굴 업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래픽카드를 중고로 처분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시장에 풀리는 그래픽카드가 증가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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