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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박상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기업에 칼을 뽑아든 가운데 공정위의 이 같은 제재가 기업의 반발로 순탄치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혐의가 확정된 기업을 제재함과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자체의 강도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 16일 총수 2세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하이트진로에 대해 과징금 107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10년간 총수 2세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1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일감몰아주기’로 CJ, 현대, 한진, LS 등 4곳을 제재했지만 과징금 규모로는 이번이 최대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로 다음 타겟이 될 기업들의 제재 수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 타겟으로 유력한 기업으로는 미래에셋그룹이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계열사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이 90%가 넘는 미래에셋컨설팅에 부동산 관리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한 효성에 대한 제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계열사였던 효성투자개발이 별다른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도 조 회장의 개인회사에 대신 담보를 제공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하림, 한화 등도 현재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의 기업 제재가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2016년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한진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보고 과징금 14억3000만원을 부과했지만, 한진이 이에 불복해 서울고법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제출한 근거만으로는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한진의 손을 들어줬다.

하이트진로 또한 이번 공정위 조치에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의혹에 대해 소명하고 해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공정위가 더욱더 철저한 혐의입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근거다.

또 현재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30% 이상일 경우에만 계열사와의 연간 거래액이 200억원이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를 넘었을 때 규제를 받는데, 이것이 너무 약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기업의 경우 총수 지분율을 29.99%에 맞춰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018 무술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언급하며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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