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난 감수하고 이익 극대화”…법적장치 마련 시급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글로벌 IT업체인 애플과 인텔이 성능저하와 보안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관련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제도가 미미한 국내에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처벌 역시 가벼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소비자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기업들이 마땅한 보상책을 내놓지 않았던 만큼 확실한 법적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제작한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멜트다운(Meltdown)과 스펙터(Spectre)라는 심각한 보안 결함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1995년 이후 시중에 풀린 대부분의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결함을 이용하면 암호 여부와 관계없이 CPU가 작동시키는 모든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훔쳐볼 수 있다. 또 컴퓨터 성능을 크게 저하시킬 수도 있다.

이에 국내외 소비자들은 인텔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자도 꾸준히 증가해 국내에서만 600여명을 넘은 상황이다.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애플에 대한 집단소송도 확산 추세다.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 하락으로 제품이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체제(OS)인 ioS의 성능이 저하될 수 있는 업데이트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실시했다.

이에 미국은 물론 한국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소송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 법무법인 한누리가 모집하고 있는 소송 참여 희망자수는 9일 기준 35만명을 넘었다.

1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준호 변호사 등 관계자들이 애플 아이폰 고의 성능 조작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송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더라도 국내에서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강력한 제제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소송이 진행돼도 처벌은 물론 소비자 보상도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서도 제조사인 옥시의 잘못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관련 기업들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 법체계상에는 없기 때문에 법원이 임의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 없다”며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의 논리로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그러는 사이 반 기업 정서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도 “애플은 소송에 앞서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실질적 피해구제에 나서는 것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임을 알아야 한다”며 “정부도 관련법에 따라 행정 제재에 나서고 국회 또한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조속한 입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제품 결함에 대한 피해구제 강화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조물책임법이 오는 4월 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제조업자가 제품의 결함을 알면서도 해당 결함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 제조업자에게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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