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 어려워, 무섭지만 짜릿

기자가 직접 롤러코스터 타며 좀비잡기 게임을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박상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박상아 기자] 21일 오후 2시 신촌의 거리는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재밌겠다. 이거 진짜같대.” 매장을 들어가는 사람들이 기대감에 걸음을 재촉했다.

기자도 그들을 따라 2층에 위치해 있는 매장에 들어갔다. 카페와 같이 메뉴판이 보이고 커피향이 진했다. 하지만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일반 카페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검정색 물체를 머리에 쓰고 허공에 손을 흔드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거는 이렇게 누르시고, 저쪽으로 이동하실게요.” 카페 알바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 너무 높은데...무서워요”

기자가 방문한 곳은 일반카페가 아닌 VR카페다. 이른바 카페공화국인 대한민국에 VR카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VR(Virtual Reality)은 가상현실이라는 뜻으로 컴퓨터 등을 사용한 인공적인 기술로 만들어낸 실제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어떤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혹은 그 기술 자체를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VR을 결합한 산업은 미래 주력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최근 멀리가지 않고도 스릴과 재미를 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인 VR카페가 지난해 말부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나 신촌 등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VR 게임은 보통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VR 어트랙션과 룸스케일, 일반 VR 게임이다. 일반 VR 게임은 상하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다. 현실에서 직접 걷는 게 게임 속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기존의 게임에 몰입감이 추가된 정도다.

룸스케일은 현실 동작이 게임 속에 반영된다. 설치된 외부 센서를 통해 현실에서의 움직임이 인식된다. 현실 공간에서 걷거나 뛰면 가상 공간 속에서 똑같이 움직인다. 기존 게임에 비해 큰 몰입감이 가장 큰 장점이다. VR 체험존 또는 VR 까페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식이다.

VR 어트랙션은 놀이기구형 VR이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놀이기구에 탑승한다. 기존의 게임과 놀이기구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환경을 보여준다. VR 롤러코스터의 경우 정글이나 바닷속처럼 실제로는 가지 못하는 곳을 배경으로 할 수 있다. VR어트랙션 체험공간은 신촌역에서 현대유플렉스를 지나는 통로에도 마련돼 있었다.

기자가 직접 정신병원 탈출 VR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박상아 기자

기자가 직접 방문해 체험한 카페는 90분에 1만원을 지불하고 원하는 음료를 추가로 주문하면 다양한 룸스케일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우선 게임이 소개된 팜플렛을 통해 게임의 특징과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팜플렛에는 casual, horror, racing, action, sports, brain등 총 6개의 파트로 분류된 게임이 소개돼 있다.

먼저 가장 무난해 보이는 리듬게임을 체험해봤다. VR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고 기어를 두 손에 잡았다. 기기를 통해 보이는 세상은 현실 세계를 감쪽같이 잊게 만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두 손을 신나게 움직이니 벌써 게임 한판이 끝났다. 그 다음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좀비를 죽이는 게임을 선택했다. 시각적인 효과로 인해 실제로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느낌이었다. 눈앞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좀비들의 비주얼도 게임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높은 빌딩에 올라가서 고양이를 구하는 게임은 공포 그 자체였다. 머리 속으로 ‘나는 안전한 땅위에 있다’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VR카페 사장은 “20대 뿐만 아니라 30~40대 손님도 가족단위로 많이 찾아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알바생은 “평일에도 사람이 많고 주말엔 더 많다”며 “다들 오시면 게임 종류가 많아서 생각보다 신기해하고 만족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VR의 인기에 VR게임 개발사가 직접 VR카페 사업에 나서기도 하는 분위기다. 와이제이엠게임즈의 관계사 원이멀스가 개발사 서비오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오프라인 VR카페 '엔터브이알'를 홍대, 강남, 신촌 등에 확대할 방침이라고 지난 20일 밝히기도 했다.

한편 VR카페가 제공하는 게임이 연령등급을 무시하고 청소년들에게도 체험 기회를 주면서 일각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따르면 게임제공업체는 연령에 맞는 게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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