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과 금감원 간 이견...인상 여부 ‘미지수’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내년도 실손보험료가 문재인 케어라는 정책적인 변수로 인해 인상과 인하, 유지의 기로에 서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보험개발원에 내년도 ‘실손의료보험 참조순보험요율’ 반영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보험개발원은 내년도 실손의료보험 참조순보험요율을 10% 가량 인상할 요인이 있다고 금감원측에 신고를 했다. 보험개발원측은 “질병·상해·입원·통원 등 보험사들이 제출한 손해율 세부내역을 분석해 적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참조순보험요율’이란 보험개발원이 자체 보유한 통계와 보험사들의 여건 등을 토대로 산출한 수치로 일종의 ‘평균 보험료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 수치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보통 자체 회사의 통계를 바탕으로 경험요율을 산정한다. 참조순보험요율은 통계치가 부족한 신설회사나 소형 회사만 그대로 사용하는 지표다.

그렇지만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를 비교하기 위한 잣대가 되는 통계치이기도 하기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보험개발원은 1년을 주기로 참조순보험요율을 산정해 금감원에 제출하고 있다.

금감원측이 이번에 참조요율 반영을 유보해달라고 제동을 건 이유는 바로 문재인 케어라는 정책적인 이유 때문이다. 전체 국민 의료비에서 국가의 지원분을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건강보험을 확대하는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기존 3800여개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항목 범위에 변동이 생길 것이다. 급여항목이 늘어나면 실손보험료는 단연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 의료비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에 따른 보험사들의 보상액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개발원의 참조순보험요율의 통계치와 불일치 하는 부분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케어 정책을 시행했을 시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원희정 금감원 보험상품공시팀장은 “분석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에 나올 예정인데 아직 각 보험사에는 이를 유보해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며 “보험사들마다 산정하기 나름이라 금감원의 지침이 큰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통상적으로 매년 1월엔 손해보험업계, 4월엔 생명보험업계가 실손보험료를 갱신하는데 효과를 반영하려면 분석결과가 그 전에 나와야 좋겠지만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실정이다.

보험료 인상이 보류될 상품은 4월 이전에 만들어진 실손보험이다. 4월 이후 시장에 선보인 실손보험은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향후 5년간 보험료를 인상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이 만성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인하만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만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무려 120.1%를 기록했는데 만일 금융당국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실손보험료 인하를 강요하는 건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방침을 세워왔다.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공·사 보험 정책 협의체를 발족해서 ▲내년 상반기 실손보험의 손해율 산정방식 표준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보험사의 반사이익 분석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실손 보험료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18.4% 인상됐으며, 올해는 12.4% 올랐다. 이에 내년까지 오르면 보험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감리실 관계자는 “공사협의체의 분석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만일 실손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가입자들이 월 마다 지불하는 영업보험료는 유지시키라는 지침을 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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