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연임 지적, 빈말 아닌 행동으로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지난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의 ‘셀프연임’과 지배구조를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내년 1월 중에 주요 금융지주사 경영권 승계절차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운영 등을 검사하겠다면서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이번 그의 발언이 소신있게 여겨지는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새 정부에 내정된 첫 금융당국 수장인데다 최초 민간인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아울러 과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장 등을 지낸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만 보고 판단한다면 대형 금융사들의 셀프연임 관행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도는 어색하거나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 원장은 취임 후 혹독한 신고식을 치뤄왔다. 지난 11월 금감원 내 ‘채용비리’로 뭇매를 맞았으며, 노조의 극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금감원 노동조합측은 성명서를 통해 “최 내정자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의 친분으로 사내 연구소장과 지주사 사장을 지냈는데 과연 금융권 적폐청산을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러한 굵직한 이슈들은 셀프연임 비판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금융업계에서는 최 금감원장이 연임을 점치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타깃으로 셀프연임을 비판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본인이 몸담았던 금융사를 겉으로 지적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로도 비춰지는 이유다. 

최 원장 발언이 단순히 취임 후 겪은 채용비리사건과 노조측의 반발을 만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일회성 비판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말로만 흐지부지되기엔 금융지주사들의 독식체제가 심각하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만 봐도 이번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도 단독 사내이사로 포함돼 있다. 

연임을 염두에 둔 현직 회장이 회추위에 들어가거나 자신과 가까운 이들로 회추위를 꾸린 것은 경쟁자를 배척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게 여겨진다. 실제로 이러한 환경에서 본래 사외이사들이 후보를 추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가 없다.

김 회장은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얽힌 특혜 승진 의혹을 받은 바 있는 인물이지만 벌써 3번째 연임을 노리고 있는 상태다. 현직 회장들이 기득권을 쥐고 연임 CEO 승계 등을 이어가고 있는 탓에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지배구조법이 무용지물이 됐다.

그는 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CEO 후보군 선정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객관적 절차를 마련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다시한번 말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의 금융지주회사 ‘셀프 연임’ 비판이 ‘말로만’그치지 않길 바란다. 이미 금융권에 뿌리 깊게 뻗어있는 셀프금융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쉽지 않겠지만 근절돼야 마땅하다. 실제로 개선책을 마련해 차기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개편할 중요한 초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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