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효과 노렸는데...”, 상용화는 ‘실패’

사진=롯데카드 제공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최근 여신업계가 새로운 결제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막상 상용화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회사인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누적 결제액이 지난 8월 기준 5조8360억을 넘었으며 LG전자의 LG페이가 국내 9900여개 매장까지 진출한 것과는 반대되는 셈이다. 특히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 NFC방식을 결제단말기로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에게 범용성의 장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신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발해 선점효과를 노리려고 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서비스개발이 주 영역이 아닌 만큼 전략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8일 여신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카드업계 결제수단으로는 롯데카드의 핸드페이, 비씨카드의 목소리페이(paybooc), 신한카드 홍채인식 서비스(신한FAN), KB카드의 테이블페이 등이 있다.

앞서 지난 7월, 롯데카드 김창권 대표는 ‘세계 최초’로 정맥인식 결제 시스템을 상용화한다며 계열사 주요매장 1000곳에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설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홈페이지에 게시된 핸드페이 서비스 가능 매장은 21곳에 불과하다. 

롯데카드는 결국 출시 6개월만에 목표치를 100여곳으로 하향조정했다. 가맹점주의 외면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얻지 못하자 내부적으로 홍보활동 조차 이어가지 않는 상태다.

핸드페이 서비스는 손바닥의 정맥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한다. 사전에 롯데카드 고객센터에 신분증과 서비스 신청서를 제출하면 신용카드나 핸드폰 없이도 결제가 가능지만 소비자들은 가입절차가 까다롭다는 입장이다.

잠실 롯데타워에서 만난 직장인 김승민(여·27)는 “실제로 이런 서비스가 되는지도 잘 몰랐지만 알았다고 하더라도 지정된 고객센터까지 직접 찾아가서 신청해야 하는데 다소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맹점주들의 반응도 부정적인 편이다.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 중 점포수가 9195개에 육박하는 세븐일레븐 관계자도 전용 단말기 설치비용에 비해서 롯데카드 결제만 가능하며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입장을 전했다.

가산동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점포 관계자는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며 “우리점포가 롯데카드 고객센터와 가까이 있어서 단말기를 설치했지만 막상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초기 계획보다 성과가 부진한 건 사실”이라며 “롯데리아, 롯데시네마,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등 계열사 가맹점주들과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목표 100곳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짜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일반 가맹점에 보급하려는 목적의 서비스는 아니었다”며 “워터파크 등 특정 시설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일 뿐 상용화에 목적을 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의 목소리페이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최초로 사용자 보이스를 이용해 FIDO 기반의 바이오 인증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지만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다.

목소리페이는 앱에서 보이스인증 등록 버튼을 눌러 자신의 음성으로 ‘내 목소리로 결제’를 7차례 녹음하면 음성이 등록되는 시스템이다. 녹음된 목소리 정보는 스마트폰에 암호화해 보관되며 결제 시 비밀번호 대신 목소리를 들려주면 결제가 진행된다.  

하나카드는 ‘신한FAN’ 모바일 앱에 비밀번호 입력 없이 지문과 홍채인식으로 결제가 가능한 지문인식 바이오페이 서비스를 적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제 서비스는 막상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직장인 김대성(37·남)씨는 “홍채와 목소리 인식 결제를 시도 해봤지만 평상시에 사용하게 되지는 않았다”며 “신기하긴 한데 어플리케이션을 깔아서 음성과 홍채를 인식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할뿐더러 막상 결제시 시간도 더 오래걸렸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도 최근 QR코드를 이용한 ‘테이블페이’라는 신 결제수단을 내놨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긴 이르다. 국내 고객들이 QR코드 결제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큰 호응을 못 이끌어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카드사와 연동되지 않고 KB국민카드 고객끼리만 모바일 플랫폼인 ‘리브메이트’을 이용해 함께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보편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카드업계 결제수단이 기존 플레이트, 모바일페이에 이어 최근 4차산업혁명에 따라 생채인식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라며 “카드업계는 너무 이질적인 서비스 보다도 실생활과 밀접한 결제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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