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투데이=한종해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와 기아자동차 노조가 ‘공공의 적’을 자처하고 있다. 잇다른 파업 탓에 1조원 상당의 생산차질이 발생했고, 폐업 위기까지 몰린 협력사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 중이다. 최근에는 월급 손실을 최소화하는 ‘신개념’ 파업이 등장했다. 컨베이어벨트 조업의 특성상 한 개 공정이 멈추면 전체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이용, 라인별로 시차를 두고 부분파업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5일 진행된 파업에서 노조는 2시간 마다 돌아가며 파업을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러한 지능적 방식의 파업을 통해 생긴 최소한의 임금손실마저 메꾸기 위해 “평일에는 파업하고 주말엔 특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말 특근은 통상 시급의 150%를 받기 때문이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방법인지, 참 신선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주말 특근은 사측과 협의 후 진행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주말 특근은 없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해고자 원직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임금 4만2879원(별도승급1호봉+정기호봉승급분 포함), 단체 개인연금 5000원, 성과급 250%, 일시금 140만원, 복지포인트 10만점, 우수중소기업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냈으나 노조는 거부했다.

혹자가 보기에는 노조가 사측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차 노조의 행태를 보면 ‘귀족노조’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의 파업을 통해 임금을 올려왔다. 2011~2015년 5개년 평균 임금상승률은 5.1%로 글로벌 업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폴크스바겐과 도요타의 임금상승률은 각각 3.3%, 2.5%에 불과하다.

연봉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30년 이상 일한 현대차 노조원들은 기본급과 보너스, 특근 등을 합쳐 연봉 1억여원을 받는다. 현대차 전체 근로자의 1인당 평균연봉은 9700만~9800만원에 달한다. 폴크스바겐은 7841만원, 도요타는 7961만원을 받는다.

높은 임금에 비해 생산성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차 1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노동시간을 말하는 HPV의 경우 현대차는 26.8시간으로 도요타 24.1시간, 폴크스바겐 23.4시간에 비해 처진다.

특히 국내 평균연봉의 75% 수준인 7700만원을 받는 미국 현대차 공장의 HPV는 14.7시간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또 다른 해외 생산기지인 체코 노소비체 공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중국 베이징 공장,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 인도 첸나이 공장, 터키 이즈미트 공장 등의 HPV는 15.3~25시간이다. 국내 현대차 공장의 생산성이 ‘꼴찌’라는 얘기다.

현대차는 사드 배치 여파 등으로 영업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과 2위 미국에서 판매가 동시에 감소했다. 올해 현대차의 판매 목표는 508만대였는데 지난 11월까지 판매량은 목표 대비 80.6%에 불과한 409만6332대에 머물렀다.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 셈이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3조2585억원으로 29.9% 급감했고, 영업이익율은 5.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위기’를 직감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왔다. 그룹 임원은 10% 자진 삭감, 과장급 이상은 8년 만에 임금 동결을 하며 위기극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머리띠’를 졸라 맸다. 지난 7월 출시 후 한달 만에 1위 쌍용차 티볼리를 따라잡은 소형 SUV 코나의 생산 확대를 요구하자 노조는 아예 공장 가동을 멈췄고, 신차를 볼모삼아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은 약 2000대로 300억원 규모다.

국내에는 현대차보다 훨씬 열악한 근무환경과 수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더 많다. 2017년 3분기 국내 상용근로자 임금총액은 380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4570만원이다. 나아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 청년은 1년 동안 먹지도 입지도 않고,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해도 2000만원을 채 받지 못한다.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법이다. 나눌수 없다면 더하지는 말아야 한다. “더 힘든 근로자들의 고통을 생각해달라”는 현대차 협력사들의 외침을, 노조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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