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화폐는 유사수신행위, 거래 금지” vs 협회, “각종 위험요소 자율규제안으로 보완할 것”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이 공동선언문을 읽고 있다, 사진=손현지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최근 정부가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전문가와 거래소 대표들이 이에 반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15일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암호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마련해 설명하고 나섰다. 자율규제안은 정부가 그동안 우려했던 가상화폐의 위험요소들을 모두 보완한 장치로서 굳이 법으로 거래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현재 빗썸, 에스코인, 지닉스, 코빅, 코인에스, 코인원, 코인니즈 등 총 16곳의 거래소, 블록체인 기술회사 20개사, 공공부문 4개 기관 등 총 40여개에 달하는 회사와 기관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정부가 지난 9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논의를 통해 업계에 권고했던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왔다. 

이날 김화준 공동대표는 선언문을 통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다”며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는 불안한 것, 블록체인은 훌륭한 기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09년 1월에 비트코인 거래가 시작된 후, 블록체인 기술의 우수성이 확인됐다”며 “IT강국으로서 장차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기술이 정착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다음은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와 가상화폐 ‘정부 법안’ 및 ‘자율규제안’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화준(좌),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 사진=손현지 기자

<정부 정책 관련>

Q1. 금융위는 현재 암호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보고 있다. 협회 측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유사수신행위로 보려면 이자, 수익률 등에 대해 약속을 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 위험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유사수신행위로 보는 것은 무리다.

Q2.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는 우리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금융위원장과 달리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우려보다는 경제혁신과 잠재력이 크다. 거대한 기술이 등장했을 때 마다 ‘킬러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해서 그 기술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영역들이 있다. 2000년대부터 등장한 인터넷도 같은 수순을 밟았는데 야후, 구글, 이메일, 모바일 페이를 위한 각종 커머스 회사 등 등장이 그 기술을 돋보이게 해줬다. 블록체인 기술의 킬러애플리케이션은 바로 암호화폐, 암호화폐 거래소다.

유입된 자금들은 단순 투기열풍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ICO등 새로운 블록체인 발전을 위해 기여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에도 뒤떨어지는 발상이다. 블록체인 발전을 지향하면서도 암호화폐와 같은 공개형 블록체인은 금지하고 폐쇄형 블록체인만 허용하는 것은 마치 인터넷을 육성해야한다고 해놓고 전자상거래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비판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Q3. 최근 국세청이 암호화폐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양도소득세)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세금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어떠한가?

A.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따라가는 건 불변의 법칙이다. 다만 정부 측이 암호화폐 불법화를 추진하면서 세금을 물리려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현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라 실질적인 과세는 어렵다고 추측된다. 지난 11일, 금융위는 비트코인을 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을 취급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암호화폐가 자산이라며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Q4. 같은 개념이지만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통화, 유사통화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고 있다.협회의 입장에서는 어떤 단어가 가장 적합한가?

A. 암호화폐가 맞다. 이는 글로벌 기준(standard)에 맞춘 가장 적절한 단어다. 다른 단어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 정부가 ‘가상통화’, ‘유사통화’라고 지칭하면 사용자들에게 오히려 유사수신행위처럼 들리게 해 불법이라고 혼란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Q5. 보안 전문가들은 중앙화된 거래소 시스템이 보안과 해킹에 취약하다며 P2P분산시스템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이론적으로 P2P 분산시스템이 적용된, 탈 중앙화된 거래소들이 핵심적인 로드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법정화폐와 비트코인은 중앙집중시스템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정부 법정화폐 발행이 성공한 곳은 스웨덴 중앙은행이나 중국 인민은행인데 쉽지 않다. 현재 거래소들이 분산시스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시일이 걸릴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이 결의의 뜻으로 양손을 체인모양으로 맞잡았다, 사진=손현지 기자

<자율규제안>

Q1. 자율규제안은 실효성이 있는가?

A. 1월 1일부터 자율규제안이 적용된 시스템이 실현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재 은행들이 정부정책에 따라 움츠러든 상태인데 이에 따라 연기될 수 있다. 내년부터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은행들은 광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으로 총 6곳이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참여하지 않는다. 정부의 강경한 대책이 흘러나오다보니 내부적으로 몸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Q2.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규모가 작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대안도 있는가?

A. 국내 상법에 따라 자기자본 20억원 미만의 거래소는 협회 가입 기준에 미달하도록 했다. 그러나 협회 가입하지 않은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할 권한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회원 거래소들을 상대로 자율규제안을 지키지 않을 시 일반가상화폐를 제공받지 못하도록 하겠다.

Q3. 공동선언문에는 과도한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실현 가능한가?

A. 광고는 거래소 업체 간 경쟁의 산물이다. 암호화폐 시세차익 가능성에 대한 과장 내용일 수도 있고 경품제공, 이벤트 식 마케팅 등으로 유인하는 등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는 참여한 업체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해 누가 더 신뢰성을 갖췄는가, 편하고 참신한 인터페이스를 보유했는지를 놓고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겠다. 사실 어느 한 곳이라도 이 원칙을 깨면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에 오늘 거래소 대표가 모여 공동으로 선언을 했다.

Q4.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에 트래픽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잦았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속출했는데 이에 대한 대안책은 마련했는지?

A. 서버다운이 우리나라 거래소만 있는 일이라면 한국 거래소들이 수익만큼 투자를 안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인데스크 등 해외 거래소에서도 충분히 있는 일이다. 현재 협회 측은 ‘분쟁조정위원회’를 마련해 누가 어느 정도 손해를 입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진중이다. 이용자들이 분쟁 등으로 겪을 불필요한 사회적 소모와 낭비를 막겠다. ‘스트레스 테스트’ 등 전산시스템도 추가해서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5. 협회 측은 ‘당분간’ 신규코인 상장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당분간의 정확한 기간은?

A.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마련하기 전까지를 의미한다. 거래소는 그동안 기준이 없다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답변할 잣대가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갑작스런 이벤트였던 ‘비트코인 골드’ 같은 하드포크(비트코인 분리)가 생성됐을 당시, 자의적인 판단아래 투자자들에게 대응해왔다. 앞으로는 협회 자율규제안이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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