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기술 발달로 노킹 억제 가능…“단순 세수 확보용”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자동차업계에서 다운사이징이 보편화되고 고성능 터보 차량도 속속들이 등장하면서 고급휘발유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급휘발유가 높은 옥탄가 덕택에 성능 향상과 효율성 증대에 영향을 줬지만 엔진 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고급휘발유가 일반휘발유와 실질적인 원가 차이가 크지 않다며 단순히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고급휘발유는 국내 수입차가 늘어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소비 증가율이 52.0%에 이를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특히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떨어진 2015년부터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해 일평균 소비량은 2015년 2140배럴, 지난해 2400배럴, 올해 2550배럴로 3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급휘발유는 엔진의 연소시기와 관계있는 ‘옥탄가’가 일반휘발유보다 높은 유종을 말한다. 즉 옥탄가가 높은 연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솔린의 폭발 시점을 조금 더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높은 출력으로 인해 연소실 온도가 높은 고성능 차량에 고급휘발유를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고급휘발유 전용 차량에 일반유를 넣을 경우 연료가 자연 발화해 불규칙하게 폭발하는 ‘노킹’현상이 발생해 엔진 수명과 성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를 구분하는 기준은 옥탄가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고급휘발유는 옥탄가가 94 이상, 일반 무연휘발유는 91 이상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통상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 브랜드의 주요 차종 영문 매뉴얼과 차량 주유구에는 옥탄가 95 이상 휘발유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급휘발유가 가지는 가치가 가격에 비해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엔진 기술이 발달해 노킹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휘발유의 옥탄가가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자동차서비스협회는 2015년 한 해 1600만명 이상의 운전자가 평균 월 1회 이상 고급휘발유를 사용했으나 특별한 성능 개선 효과는 없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급휘발유에 넣는 첨가물의 원가가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옥탄가가 높게 형성돼 있는 국내 정유업계의 환경과 엔진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는 고급휘발유가 가지는 매리트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급휘발유라는 명칭이 단순히 세수 확보를 위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보통휘발유에는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세금이 부과된다. 고급휘발유는 여기에 ▲판매부과금(36원)이 추가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순 ‘고급’이란 이유만으로 세금이 더 부과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판매부과금이라는 개념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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