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업·우리, 최다 거래 ‘신한’도 동참...“정부 방침에 힘실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한다는 뜻을 내비친 가운데 은행업계도 잇달아 가상계좌를 폐쇄하거나 신규 발급 중단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 경로가 물리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셈이라 가상화폐 거래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보통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가상계좌가 준비돼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가상계좌를 은행으로부터 제공받는데 거래소에 가입한 회원들에게 부여한다. 은행들이 향후 신규 계좌 개설을 거부하고 나선다면 가상화폐를 거래할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의 행보가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방침에 사실상 힘을 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과열된 가상화폐 거래가 진정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IT담당 부행장은 “당국에서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기 위해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선 가상계좌 신규발급을 중단하고 기존 계좌를 회수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9월, 신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13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계좌의 경우 이달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기존 계좌는 유지하지만 신규 계좌는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발급된 100만개 가량의 가상계좌는 당장 폐지 할 수 없어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 방향을 고려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책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조치에 나섰다. 시중은행 중에는 예금보험공사를 최대 주주로 두고 있는 우리 은행이 지난 12일 선두로 코빗 등 3개 거래소에 제공하던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신한은행도 13일 은행권의 행보에 동참했다. 하루 전인 12일까지만 해도 신한은행 내부 관계자는 ”거래중지 계획이 없다“고 전했지만 시중은행들의 가상계좌 중단 행렬이 계속되면서 의견을 바꾼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빗썸, 코빗, 이야랩스 등 사설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 대한 신규 계좌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는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거래소와 은행이 맺고 있는 가상계좌 발급 계약은 은행마다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의 경우 가상계좌 발급 개수를 정해 거래소와 계약을 맺었다. 이번 조치로 거래소는 은행에 추가로 계좌 발급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NH농협은행은 유일하게 아직까지 신규가상계좌 발급이 가능하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빗썸, 코인원에 고객 본인이 확인된 계좌로만 입금이 가능한 입금계좌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가상계좌 발급에 대해 변동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그동안 가상화폐 업무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혀왔으며 지난달에는 시중은행중 유일하게 코인네스트에도 가상계좌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농협은행도 시중은행의 행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 발급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은행의 가상계좌를 이용하지 못하면 자체 법인 계좌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편의성과 신뢰성에서 은행 가상계좌 보다 떨어져 거래량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은행 가상계좌는 실시간 입출금이 가능하고 고객들에게 신뢰성이 생기는 장점이 있었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13일 정부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제도권 금융기관이 가상화폐를 신규 매입하거나 보유할 수 없게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화폐 계좌 개설 금지와 가상화폐 투자수익 과세 방안 검토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대책을 마련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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