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임추위, 후보는 안갯속...22일 가시화 될 듯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좌)과 이경섭 농협은행장,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최근 농협금융이 대대적인 CEO 물갈이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마다 차기 후보는 미지수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대신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새로운 후보들이 계속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저 진행될 농협은행장의 인선에 따라 차기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에 대한 윤곽도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이에 따라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후임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만료를 20여일 앞두고 있는 이 은행장을 필두로 내년 1월 이윤배 농협손해보험 사장, 서기봉 농협생명 사장,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 등 4곳 계열사 대표의 임기가 종료된다.

농협금융은 4곳의 금융 계열사 CEO선임을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애당초 임추위는 지난달 27일 농협금융 계열사 사장 후임 추천할 예정이었지만 미뤄진 후, 지난 4일 이뤄진 임추위에선 숏리스트 조차 나오지 않았다. 

CEO선임이 계속 지연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농협금융 임추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농협중앙회에 끌려나간다는 지적이 새어나왔다. 은행, 손보, 캐피탈, 생명 등 금융계열사의 수장 선임작업이 농협중앙회 인사에 맞춰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용환 농협금융지주회장의 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줄며 힘을 못 쓰고 있는 것도 이유다. 그는 임기 만료 시점이 내년 4월로 다가온데다 최근 채용비리 혐의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그룹 내 임김이 커졌다. 

이에 따라 그가 낙점한 후보들이 금융계열사 CEO 인선에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회가 농협은행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번 금융계열사 인선에 김 회장이 핵심 열쇠라 점에 설득력을 지닌다.

실제로 금융계열사의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CEO 인선 첫 스타트를 농협은행장이 끊고 나면, 거론됐던 다른 후보들은 교통정리 차원에서 계열사 CEO로 이동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는 22일, 농협금융 인선의 구도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 날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100만원 이상 형 확정시 회장직 상실)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오는 날이다. 동시에 그가 눈여겨보는 후보,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호남출신이냐, 김병원파냐...은행장 후보, 여전히 ‘오리무중’

농협금융계열 CEO 인선에 주축이 될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후임으로 지금까지 김병원 회장의 총애를 받던 이대훈 전 상호금융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최근 오병관 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박규희 농협은행 부행장,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 등이 새롭게 급부상하면서 다시 인선구도는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대표는 과거 서울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할 때 김병원 회장이 눈여겨보기 시작해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상무보급에서 대표이사로 파격 인사를 단행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4일 임기를 1년이나 남겨둔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재취업 심사를 신청한 것을 두고, 차기 행장 자리를 꿰차기 위한 수순을 밟았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공직 유관기관인 농협중앙회 내 규정에 따르면 퇴직한 임원이 재취업을 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1960년 포천농협을 첫 사회생활의 발판으로 시작해 약 57년간 ‘농협’에 몸담아온 정통 농협맨으로 통한다.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당초 동향의 호남 출신 고태순 NH농협캐피탈 대표를 밀려고 했지만 지역색이 너무 짙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최근 이대훈 상호금융 대표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병관 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박규희 농협은행 부행장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 부사장의 경우, 본래 농협금융 임원추천위원회 멤버였지만 이번 임추위 후보 군으로 포함되면서 자연스럽게 제외됐다는 게 임직원들의 견해다.

오 부사장은 지주 내에서 ‘기획통’으로 불리며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다. 농협금융의 한 관계자는 “지점장, 금융구조개편부장, 기획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전략과 기획업무에 능한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농협 내부 관계자는 “오 부사장의 경우에도 김병원 중앙회장과 친분이 있는 농협중앙회 출신이다”며 “농협은행장 선임에 반영된 중앙회의 최고 입김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 부행장은 은행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히면서 은행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농협은행 부행장 10명중 8명이 대거 교체되는 상황 속에서도 연임에 성공하며 차기 은행장으로서 물망에 올랐다.

이외에도 김병원 회장과 호남출신이라는 지역적 연결고리를 가진 고태순 농협캐피탈 사장 선임에 힘이 실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는 농협중앙회 임원 인사까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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