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체관광 일부 허용, 옛 영광 회복 “아직 멀었다”

사진=박상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박상아 기자]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후 일주일가량 흐른 지난 8일 오후, 기자는 명동거리에 있었다.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후 중국 관광객들이 명동을 찾기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현장을 둘러보기로 한 것. 그러나 명동거리는 기대와 달리 무척이나 한산했다. 캐리어를 끌고 지나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있었지만 중국 관광객은 아니었다.

상인들도 비슷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상황이 좀 좋아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요. 조금 늘긴 했는데 옛날만큼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쥬얼리샵에서 꽤 오랫동안 일했다는 점원은 “뉴스에서 호들갑 떠는 것처럼 그렇게 중국인들이 많지 않아요”라고 밝혔다. 정작 일선 상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다른 곳에서 난리 법석인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사진=박상아 기자

대형 프랜차이즈 의류업체 보안 직원도 “문론 사드 갈등이 최고조였을 때보다 관광객이 늘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만두가게 직원도, 카페 아르바이트생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베이징·상하이 등 주중(駐中) 공사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전역의 공관에서 한국 입국을 위해 개별 방문비자를 신청한 건수는 2만10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늘었다. 이는 올해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한 금한령 이후 개별 방문이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답은 시내면세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최근 명동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시내면세점을 가장 먼저 찾는다. 오픈 시간 전부터 간이의자나 이불 등을 동원해 노숙을 할 정도다. 대부분 유커(중국 단체관광객)를 가장한 보따리상, 이른바 ‘따이공’ 들이다. 이들은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홍삼, 명품을 쓸어 담아 중국에 내다 파는 구매 대행 업자들이다.

‘따이공’들은 유커가 사라진 사이 면세점 매출 상당부분을 담당했다. 그러나 국내 면세점에서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사서 중국에 되파는 상황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추운 날씨에 명동 방문객들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박상아 기자

단체관광객 유치를 대가로 면세점들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익의 일정액인 송객수수료도 문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이 지난해 중국 여행사에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9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71.8% 증가했다.

면세점 관계자들도 이러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면세점 관계자는 “따이공과 송객수수료 문제를 잡지 못한다면 사드 해빙 분위기는 반쪽짜리에 그치게 된다”며 “업계에 근거 없는 기대감만 실어주기 보다는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도 “개인의 이문에만 눈이 먼 ‘관광’을 가장한 따이공과, ‘관광’을 표면에 내세운 일부 여행사들의 저가 덤핑 관광 행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국 관광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유치가 우선이 아닌 내용이 우선이 되는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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