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활용 어려워…“하락세 지속될 경우 사장 가능성도”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수입차시장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젤엔진의 위세가 꺾일 데로 꺾였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 이후 디젤엔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데다 저유가와 친환경차의 대두가 맞물리면서 수요 감소로 이어진 것. 가솔린차보다 2배 이상 높았던 디젤차의 점유율도 이제는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시장개편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디젤엔진의 경우 하이브리드에도 활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어 향후 완전히 사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수입디젤차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량은 총 10만885대로 전년동기(12만2068대) 대비 17.4% 줄었다. 디젤차의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47.4%로 같은기간 대비 17.4%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입 디젤차는 2012년 이후 최초로 50% 이하의 점유율을 기록하게 된다.

앞서 수입 디젤차는 ‘클린 디젤’을 앞세운 독일 업체들을 필두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오면서 2015년 68.8%로 정점을 찍었다.

반면 가솔린과 친환경차는 디젤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정부 정책이 친환경차 위주로 흘러가면서 디젤의 감소분을 가솔린과 친환경차가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에서 11월까지 가솔린차와 친환경차 판매량은 각각 9만908대, 2만867대로 전년동기 대비 32.4%, 44.4% 늘었다. 이에 따른 수입차시장에서의 점유율도 42.7%, 9.8%로 같은기간 대비 9.2%, 2.7%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디젤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짠 업체들과 그렇지 않은 업체들 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디젤차 라인업밖에 없는 푸조의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15년에는 수입 디젤차 판매량이 16만7925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등록된 수입 디젤차는 21.2% 줄어든 13만2279대를 기록했다. 반면 가솔린과 친환경차량은 지난해 각각 7만6284대, 1만6716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16.1%, 63.0% 늘었다. 최근 5008과 3008의 투입으로 활기를 어느 정도 되찾긴 했지만 하락세는 반등되지 못했다.

반대로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운 일본 업체의 경우 올해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 렉서스를 포함해 올해 총 2만1954대를 팔아 전년동기(1만7464대) 대비 25.7% 늘었다. 가솔린차 위주의 라인업을 갖춘 크라이슬러와 캐딜락 등도 같은기간 대비 24.4%, 77.9% 등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사태 이후 판매정지를 당했던 영향이 컸다”며 “하지만 폭스바겐이 복귀하더라도 디젤차를 지양하는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판매량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 관계자는 “해외시장과 다르게 국내 수입차 시장은 디젤차가 기형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며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수입차업계가 활로를 찾기 위해선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친환경차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친환경 대비 떨어지는 효율성 어쩌나

더 나아가 디젤 엔진이 향후 완전히 사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디젤엔진 특성상 하이브리드로 활용하기 힘들고 효율성도 다른 친환경차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에 출시됐던 디젤 하이브리드도 국내 수입 계획에서 빠지거나 심지어 개발 중인 프로젝트의 철수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국내 업체들 중에서는 기아자동차가 2014년 파리모터쇼에 K5 디젤 하이브리드 콘셉트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완성도가 실제 양산차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한발 물러난 상태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고성능차 총괄 담당 부사장은 “디젤 하이브리드 개발 프로젝트는 아직 지속하고 있지만 전기 모터와 배터리 가격은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며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날로 강화되고 있어 디젤 엔진 개발을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체가 디젤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아도 시장 반응이 좋지 않으면 쉽게 도입하기 힘들 것”이라며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모든 규제를 충족시켜야 되는 상황에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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