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증권업계 수장들 물망...낙하산은 막아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 만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직, 현직 증권업계 대표 출신들이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장 직위는 증권업, 자산운영업, 선물업 등 약 160곳의 회원사들을 대표해 금융당국에 정책을 건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회원사의 투자규정 등을 자율적으로 감독하며 장외 채권시장과 한국 장외주식시장 운영도 주관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 코스닥 활황에 힘입어 금융투자업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며 “협회장은 연봉수령액이 무려 5억원으로 고액이라 금융권 수장들에게 인기가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 지원 의사가 있는 인물이 현재 1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황 회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황 회장은 연임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자마자 이미 업계에선 굵직한 이력을 남긴 증권업계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회동·황성호·손복조 ‘물망’

먼저 5일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정 전 사장의 경우 1956년생으로 자본시장에서는 IB 전문가로 정평 나있다. 

과거 ▲LG투자증권 부사장 ▲흥국증권 사장 ▲NH농협증권 사장 ▲아이엠투자증권 사장 ▲KB투자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과거 2014년 금융투자협회장을 선출할 당시 고배를 마신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53년생생으로 은행, 카드, 증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황 전 대표는 씨티은행 입사를 시작으로 ▲다이너스카드 한국대표 ▲아테네은행 공동대표 부행장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PCA자산운용 대표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을 맡아왔다. 

이에 이어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출마 여부를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51년생인 손 회장은 한국 IR의 선구자로 불리며 증권업계의 대부로도 불린다. 

그는 1984년 동양증권이 삼보증권을 흡수 합병해 탄생한 대우증권에 기획과장으로 입사하면서 처음 증권업계에 몸을 담았다. 2004년 대우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단숨에 업계 선두로 올려놨으며 지난 2008년에는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했다. 

이외에도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김기범 한국기업평가 대표, 장승철 전 하나금융투자 사장, 강대석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직 주요 증권사 CEO들 10명이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므로 이중에서도 출마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윤경은·전병조 KB증권 각자대표는 이달, 윤용암 삼성증권·나재철 대신증권·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등은 내년 3월 차례로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이 현 정권과 가치관 차이를 드러냈기 때문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와의 소통 능력도 중요한 후보자의 자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력 후보 황 회장 셀프낙마 유도한 최종구?... 낙하산 주의보

그동안 황 회장은 업계 이익을 잘 대변했다고 평가받아 ‘검투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실제 투표권을 지닌 회원사 중 80%가 황 회장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그는 은행권과의 갈등을 기피하지 않고 증권업계의 초대형 IB 승인을 이끈 장본인이다.

아울러 황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KB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거친 거물급 인사라 이에 도전장을 내밀 후보군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황 회장은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동안 건의사항이 통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현 정부에서 나는 척결 대상까지는 아니지만 그리 환영받지는 못하는 페르소나 논그라타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기존에 황 회장의 연임이 유력시됐기 때문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불출마 선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최 위원장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후원이나 도움을 통해 회장에 선임 되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이 삼성그룹 출신인 황영기 회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투자협회장의 자리가 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탐내는 자리라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지만 있다면 연임이 확실시되던 황 회장의 금투협회장 불출마 소식은 관치에 따른 셀프낙마나 다름없다”며 “차기 회장직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낙하산이 차지할까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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