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충전인프라 부족한데…대책마련 시급

▲ 사진=한국GM

[파이낸셜투데이=이건엄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급속 충전할 경우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 때문에 보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전기차 보급이 부족한 인프라와 더불어 느린 충전시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완성차업체와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배터리 수명과 관련된 정책이나 보증기간 연장 등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고속으로 충전할 경우 차량 내에 탑재된 배터리 효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 공동연구팀은 “리튬이온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내부의 전해질을 통해 양극에서 음극에서 이동한다”며 “이 때 급속으로 충전하게 되면 전극 표면에서 전지 열화나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해 배터리 수명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기차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충전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에서 수명단축에 대한 두려움으로 급속충전도 마음대로 못한다면 내연기관 대비 경쟁력을 가져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적으로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급속 1320기, 완속 1406여대다. 올해 안에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2만대를 넘어선 것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충전시간을 해결하려면 전체 주행거리에 영향을 주는 배터리 수명을 포기해야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기차를 타면 탈수록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 수명과 관련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갈길이 멀다. 실제 KIST 에너지융합연구단 오시형 박사 연구팀이 서울대 최장욱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고용량 배터리의 양극재로 사용되는 ‘과리튬망간 전이금속 산화물(LMR)’ 소재의 표면 열화 현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양극재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된 ‘수 나노미터 크기의 지르코늄 함유 혼합전이금속 산화층’이 생성된 양극재는 2분 이내의 고속 충·방전을 300회 이상 실시해도 초기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충전을 3일에 한번 한다고 가정하면 300회라는 숫자는 수명이 3년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보통의 내연기관 효율이 5~6년 정도 지났을 때 5~10%정도 하락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와 제조사 모두 전기차 주행거리에만 초점을 맞출 뿐 배터리 수명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배터리 효율하락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내의 경우 같은 차량에 대해서도 미국보다 보증 범위가 좁아 장기적으로 배터리 효율 하락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볼트EV의 미국 보증 기간은 8년 또는 16만㎞이지만 국내에서는 3년 또는 6만㎞로 3분의 1 수준만 보증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 모두 전기차 보급에만 급급해 배터리 수명 등 단점과 관련해선 알리지 않고 있다”며 “물리적으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제도적인 보완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 기준을 보다 완화하거나 기존 중고 배터리 가격분을 빼주고 새 배터리로 교체해주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주행거리 위주의 홍보와 개발에 몰두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명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펼쳐야만 전기차 보급이 원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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