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에 따라 10억원 가량 ‘의무’ 티켓 분담... 불만 쏟아져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투데이=손현지 기자] 최근 은행연합회측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비인기 종목의 입장권 10억원 가량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부 은행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막상 회원사의 공식적인 협조는 받지 않고 찬조를 결정하고 의무적으로 배분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28일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9월 25일 이사회에서 국가적인 행사임에도 티켓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매입을 결의했다”며 “각 회원사들이 자산규모 등을 고려해 티켓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은행들이 조금씩이라도 구입하기로 결의한 상태며 반대의견을 낸 회원사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 회원사들의 입장은 다소 달랐다. 총 17개 은행사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중 2곳을 빼고는 티켓 구매에 대해 논의된 사항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은행연합회 측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곳도 있었다.

특히 공식후원사인 하나은행도 “앞서 후원금 명목으로 조직위원회 측에 지불한 111억원 외에 따로 티켓 구입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도 “공식 후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티켓을 구입한다고 해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결국은 직원들에게 할당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르면 공식 후원사가 아닌 이상 기부금이나 티켓 판매 등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현재 삼성생명, 삼성화재, 하나은행, 한화그룹 등이 공식 후원사며 삼성증권은 공식공급사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은행이 티켓을 직원들에게 배분한다고 가정했을때 직접 해당 경기의 관객석을 채우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기관마다 티켓을 강제로 할당하다 보면 표가 다 팔린다 해도 경기장에 공석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벌써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은행연합회가 회원사들을 상대로 강매와 동원을 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사 직원은 “직원들에게 티켓이 배분된다면 비인기 종목의 경기를 평일 시간에 관람해야 하는데 부담스럽다”며 “실제로 직원들이 업무의 대신으로 강원도 평창지역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면 상당한 인력 공백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희범 평창조직위원장(좌)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사진=뉴시스

종목별 입장권 가격은 A등급 기준으로 ▲알파인스키 16만원 ▲크로스컨트리 스키 7만원 ▲스켈레톤 7만원 ▲루지 7만원 ▲봅슬레이 7만원 ▲바이애슬론 10만원 ▲노르딕 복합 12만8000원 ▲스키점프 12만원 ▲스피드스케이팅 25만원 ▲피겨스케이팅 60만원 등이다.

B등급 이하 좌석까지 아우른다면 티켓 한 장당 가격이 최소 2만원에서 최대 90만원(아이스하키 남자 결승전) 수준에 이른다. 티켓 한 장 당 10만원으로만 산정해도 티켓 1만장을 금융권 직원들과 직원들이 할당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채용비리 파문 등으로 인해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자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비인기 종목 지원이란 명목으로 티켓 구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구매 계획만 발표해놓고 아직까지 회원사와 구체적인 협의 한마디 조차 없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손 벌리는 올림픽 행사... 관치 논란 여전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조직위는 금융권 전반적으로 올림픽 행사에 대한 후원과 기부 요청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전체에 500억원 가량의 기부금을 요청한 바 있으며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계열사가 후원금 1000억원, 하나은행이 111억원을 지원한 상태다.

특히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원장은 은행연합회를 직접 방문해 후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이를 주요 은행들에게 공지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공식후원사가 아님에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측에 200억원 가량 기부금을 전달했다.

한 은행사의 관계자는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지만 큰 후원금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후원사와 기부금을 거절했는데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알아서 기부를 결정하고 이어서 전 회원사가 공동으로 10억원의 티켓을 배분한다는 게 답답하다”며 “은행연합회가 회원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직위원회의 압박 때문에 회원사들을 상대로 강제 할당을 하려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이 산업자원부 장관, 한국무역협회 회장 뿐 아니라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등 민관을 두루 거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도 이처럼 관치논란이 지속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평창조직위원회는 은행연합회의 티켓판매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측이 10억원 가량 티켓을 구입한 것에 대해 “자발적인 협조일 뿐 강제성은 없었다”며 “지난 8월 전국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위원장 명의로 입장권을 사달라는 내용의 협조문을 보낸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진한 티켓판매에 따라 조직위원회 입장에서는 각 기관의 협조가 절실했다는 분석이다. 

11월 이전까지 티켓 판매는 저조했다. 개막식 약 3개월 전인 11월 1일 기준, 판매량은 발행량의 30%에 불과했다. 이는 목표 티켓 판매량(107만매)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목표 판매량은 전체 티켓 발행량(118만매)의 90% 수준이다.

현재 24일 기준 티켓 판매량은 55만5000장(51.9%)로 집계된다.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티켓판매량이 20% 넘게 급등한 셈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